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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손절매 잘 해야 진짜 프로
“손절매에 인색한 것은 아마추어란 소리.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국책사업은 손절매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경제성 없는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행 요구에 합리적 대응이 요구된다.”





개인의 주식투자 성공 확률은 매우 낮다. 더러 잔잔한 재미를 보기도 하지만 최종 성적표는 대체로 참담하다. ‘○○○만원으로 ○○억 만들기’ 등 황당한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상업적 미끼인 경우가 많다. 특히 은행, 증권, 보험 등 이른바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개인들의 수익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주체별로 산정한 기간 수익률을 보면 대개 그렇다.

기관과 개인의 차이는 한마디로 손절매(로스 컷)다. 기관들은 투자 종목별 로스 컷 라인을 설정하고 주가가 그 밑으로 내려가면 가차 없이 매도한다. 개인도 그렇게 마음먹지만 실제 그 상황이 닥치면 망설이다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프로 투자자와 아마추어 개인을 비교하는 자체가 난센스지만 그래도 굳이 따져보는 것은 그 결과가 너무 엄청나기 때문이다. 잘못된 투자는 하루 한시라도 빨리 손을 떼는 게 상책이다. 기업 경영이나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애초 길을 잘못 들어섰다면 매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초기에 바로잡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대개 기업들은 이런 손절매 원칙을 잘 지킨다. 가령 2억원 손해 볼 일을 1억원으로 막았다면 결과적으로 1억원을 아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나 지자체의 공공 투자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손절매에 대체로 인색하다. 국민의 혈세보다는 이해당사자의 치적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일 게다.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고도 개통도 못한 용인 경전철이 대표적 예다. 설령 개통을 해도 막대한 운영 적자를 기약 없이 감수해야 한다. 이제 와서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워낙 규모가 큰 탓에 손절매 기회를 잡지 못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전국에 깔린 숱한 공항들도 대부분 그런 식이다. 지금도 수입보다 직원 월급 등 관리비가 더 많이 나가는 공항이 수두룩하다.

세종시 역시 맥락이 비슷하다.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한 물적 인적 시간적 손실을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MB정부 들어 손절매할 기회가 있었지만 정치적 이해에 밀려 그마저 날려버렸다. 4대강 사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22조원을 한입에 털어 넣을 게 아니라 성과를 봐 가며 단계적으로 진행했어야 했다. 그래야 만의 하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손을 털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순차적으로 진행했으면 50조원도 더 들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자칫하면 500조원으로 막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공약 이행 청구서가 속속 날아들고 있다. 엊그제 부산시 의회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항 이행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것 역시 그 일환이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은 재작년 국토해양부의 적합성 평가에서 ‘경제성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2년 만에 상황이 달라진 것도 없다. 그런데도 다시 끄집어낸 것은 경제적 필요성이 아닌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국책사업은 손절매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절매에 인색하다는 것은 결국 아마추어임을 자임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력적이고 합리적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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