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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화가’ 관용 ‘책을 읽으면 현실서 잠시 멀어질수 있어…’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색색의 책들이 빼곡히 들어찬 서재를 그리는 ‘책의 작가’가 서울에 왔다. 빨강 노랑 파랑 흰색 등 온갖 빛깔의 책이 어우러진 서재와, 그 공간 속 인물을 그리는 중국 작가 관용(管勇, 38)이 한국서 첫 개인전을 연다. ‘아이러니-복제된 형상구조 속 전복의 미학’이라는 다소 난해한 타이틀로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대표 김종길)에서 개막된 전시에는 서재와 작업실 속 인간을 그린 대작들이 내걸렸다.

관용의 그림은 무엇 보다 책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또 서재와 서재, 서재와 작업실이 겹쳐 있어 시공간이 혼란스러워 보인다. 잔뜩 어질러진 화가의 아틀리에를 그린 그림도 여럿 출품됐다. 이들 작품은 가치규범과 윤리의식이 흔들리고, 가상 현실과 실재가 뒤섞이는 현대인의 삶을 드러낸 듯하다. 채워도 채워도 마음 속엔 여전히 허전한 구석이 남는, 도시인의 끝없는 욕망을 은유하는 듯도 하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관용은 책을 주로 그리는 이유를 묻자 “책을 좋아한다. 헌데 책의 조형미보다는 책이 시간과 역사, 문화 등 시공간 안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 끌린다”고 했다. 이어 “책 속의 내용은 현실과 관계가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세계를 갖고 있다. 책을 읽으면 현실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들어 그는 잘 정돈된 서가와는 전혀 다른, 어지러운 공간에 관심이 쏠려 있다. 바닥에 온갖 쓰레기와 물감, 붓 등이 나뒹구는 아틀리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화가 프란시스 베이컨(1909-1992)의 공간이다.
관용은 "초현실적인 인물화를 그렸던 베이컨은 화가들의 우상이다. 언젠가 우연히 베이컨의 작업실 사진을 볼 기회가 있었다. 일평생 한번도 청소를 하지않았다는 그 어지러운 공간이 내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쓰레기더미에서 작가의 생생한 에너지가 느껴졌다고나 할까"라며 그 때의 감흥을 그림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중국 톈진미술학원에서 유화를 전공(석사)하고 현재 베이징에 거주하며 작업 중인 그는 홍콩의 사업가이자 아트컬렉터인 조지 윙(George Wong) 회장으로부터 열띤 지지를 받고 있다. 이미 대만에 독특한 컨셉의 테마호텔을 오픈한 윙 회장은 오는 3월, 홍콩 완차이 지역에 복합 테마호텔 ‘파크뷰 그린’을 오픈한다. 윙 회장은 관용의 서울전시를 후원하기 위해 일군의 중국작가들을 이끌고 내한했다. 관용 전시에는 회화 30점과 조각 1점이 출품됐다. 전시는 2월 21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인터알리아는 같은 기간 한국 작가 ‘박선기,이환권 2인전’도 함께 개최한다. 조각가 박선기와 이환권이 ‘Illusion’이라는 타이틀로 갖는 이 전시에는 현대의 여러 단면을 착시현상으로 표현한 두 작가의 입체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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