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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손님 혹시 ‘미스터리 쇼퍼’ ?…”
서비스·품질등 문제점 파악위해
신분 숨긴채 레스토랑·매장 방문

신세계百 30명 모집에
경쟁률 무려 170대1

눈치백단·꼼꼼함에 주부들 인기
들키면 무용지물 행동지침 교육도

지적사항 나올땐 승진 불이익
업체 매장직원들 서비스에 초긴장


날선 신경전이다. 약점을 찾아내려는 시선과 책잡히지 않으려는 몸짓이 부딪힌다. 유통ㆍ외식업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스터리 쇼퍼(신분을 숨긴 채 레스토랑ㆍ백화점을 돌며 서비스ㆍ품질 등에 점수를 매기는 사람)’와 업체 근무자 간 기싸움은 언제나 뜨겁다. ‘미스터리 쇼퍼’가 내리는 평가가 야박하면 브랜드 관리 담당자의 승진이 더뎌질 수 있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 차원의 교육에 소집돼야 한다.

유통업계로선 고객 만족을 위해 ‘미스터리 쇼퍼’ 혹은 ‘모니터 요원’의 존재가 귀할 수밖에 없다. 아예 ‘미스터리 쇼퍼’만 교육ㆍ파견하는 업체를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엔 서비스가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지 않으면 손님을 잃기 십상이어서 ‘미스터리 쇼퍼’의 활용도가 높다. 


▶‘미스터리 쇼퍼’ 경쟁률 사상 최대=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활동하게 될 주부 모니터요원(30명)의 선발 경쟁률은 무려 170대 1을 기록했다. 어지간한 회사의 입사 경쟁률이 무색하다. 2011년의 30대 1, 지난해 40대 1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평소 백화점을 자주 이용하는 만 20세 이상의 주부가 자격조건으로, 해가 바뀔수록 지원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1년에 두 번, 주부모니터 요원을 뽑는 게 올해로 35년째”라며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에만 만족하지 않고 활동비를 받고 사회활동을 하려는 트렌드가 확연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주부모니터 요원들의 꼼꼼함은 ‘상상 이상’이라는 평가다. 직원들의 접객ㆍ응대 서비스 등을 체크하는 건 기본이다. 점포별로 진행되는 행사ㆍ상품구성 개편에 대한 의견을 낸다. 신세계의 경우 지난해 4월 의정부점 오픈 때 화장실, 키즈카페 등의 개선점을 이들 모니터 요원이 찾아냈다.

유통 전문가 뺨칠 정도의 주부도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한다. 신세계에 따르면 이번에 선발된 요원 가운데 1명은 앞서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서 요원으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이 밖에 유명 블로그에서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던 ‘고수’도 서비스 평가를 위해 배치됐다. 업계 관계자는 “쇼핑에 관한 한 수준이 높은 ‘눈치 100단’의 주부들이 암행을 하며 백화점ㆍ식당을 누비고 잘못된 점을 찾아내는 것이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주부 모니터 요원 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외주업체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원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 이후 주부 모니터 요원 대신 이 같은 업체를 가동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스터리 쇼퍼’전문 업체는 유통ㆍ금융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고 했다.

▶들키면 끝장…“나를 감춰라”=‘미스터리 쇼퍼’의 시선과 질문이 날카로워질수록 이를 방어해야 하는 유통업계 직원의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 ‘미스터리 쇼퍼’가 자칫 말 한 마디라도 실수할 경우 이를 귀신같이 포착, 정확한 평가를 어렵게 하는 ‘선수’직원도 많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는 ‘미스터리 쇼퍼’의 신분 위장을 위한 까다로운 행동지침을 요구한다. 대략적으로 ▷튀는 옷차림ㆍ행동 금지 ▷전문적이고, 상세한 질문 금지 ▷인접한 점포를 계속 돌면서 조사하는 것 금지 ▷조사 결과에 대해 가맹점주가 불복하거나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통해 반박할 가능성에 대비해 정확하게 기록할 것 등이다.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운영업체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정기위생검사 등을 진행하는 것과 별도로 각 점포에 서비스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불시에 ‘미스터리 쇼퍼’를 투입한다”며 “그러나 이들의 신분이 알려지는 순간,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자세한 행동지침 등은 대외비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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