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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은 레임덕, 당선인은 여유작작…사상 초유 ‘권력 진공’사태 계속되나
‘정권 재창출’인 대통령직 인계인수지만 권력 진공현상이 뚜렷하다. 한달 밖에 임기가 남지않은 현직 대통령은 어쩔 수 없다치저라도, 집권이 코 앞인 당선인조차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권력행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다보니 새 정권의 쌍두마차인 당과 인수위가 손발이 맞지 않은 지 오래다. 정부도 4대강 감사와 철도민영화 등의 민감한 현안을 놓고 부처간 이전투구의 꼴불견이다.

21일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이 인수위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오는 23일부터 예정된 인수위 분과별 현장 방문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받은 부처별 업무보고와 관련해서도 “인수위원장을 통해 향후 종합적으로 보고받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조직개편 및 정부 부처간 이견이 있는 현안에 대해 당선인이 직접 보고를 받거나 갈등 조정을 지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감사원과 국토해양부, 환경부의 힘겨루기가 극에 달한 4대강 사업이나,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이 민망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KTX 민간사업자 운영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당선인은 여전히 침묵이다. 이에 대해 당선인 측 관계자는 “낮은 자세를 강조한 당선인의 뜻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해 대통령 임기 시작일은 2월25일 전까지는 현안에 직접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당선인이 워낙에 조용하다보니 아군 측인 새누리당과도 손발이 엇갈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공약 수정론이 대표적인 예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재원 조달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는 것은 맞고, 수정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모든 공약을 임기 내 100% 완료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범위 확대 등 재원에 문제가 있는 공약에 대해서는 시점을 재검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인수위는 최근 김용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선 때 공약한 것을 지금 와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전혀 다른 입장을 확인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의 ‘낮은 자세’가 권력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기말 현직 대통령이 미래 권력인 ‘당선인’에게 실질적인 권력을 내주고, 인수위가 사실상 국무회의와 청와대 역활을 했던 과거와 달리, 헌법상 대통령 임기 원칙론에 지나치게 매몰되면서 업무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국회 등을 상대로 계속되고 있는 각 부처별 로비전이나, 세종시와 과천, 세종로 사이에서 갈등하는 공무원들의 혼란은 새 대통령측이 나서 조속하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선인 측은 “‘대통령직’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며 “권력 공백기에 벌어지는 각종 엇박자나 잡음이 당장은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리더십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진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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