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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는 어떻게 견디셨어요?
마흔에게 건네는 위로의 시

‘힘들고 아프지만 아파할 수도 힘들다고도 말할 수 없는 나이’, 마흔. 시인 주병율이 그 마흔살들을 따듯하게 토닥여 주는 시 모음집을 냈다. <마흔, 사랑하는 법이 다르다>(더좋은책. 2012)를 통해 김수영, 서정주, 강은교, 황지우, 안도현, 문정희, 신경림, 나태주 등 70여명의 한국 대표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를 들려주고 자신의 느낌과 해석을 덧붙였다.

지는 청춘과 피는 그리움을 노래한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 가난에 대한 기억을 불러오는 이덕규의 ‘밥그릇 경전’, 이별을 노래한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명리의 ‘풍문’ 등도 인상적이다.

특히, ‘힘겨운 생활에 몰려 여유로움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마흔들’에게 절절히 와 닿는 시들이 많다. 정끝별 시인의 '안개 속 풍경'을 보자.

“깜깜한 식솔들을 한 짐 가득 등에 지고
아버진 이 안개를 어떻게 건너셨어요?
닿는 순간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이 굴젓 같은 막막함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부푼 개의 혀들이 소리 없이 컹컹거려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발 앞을
위태로이 달려가는 두 살배기는
무섭니? 하면 아니 안 무서워요 하는데요
아버지 난 어디를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바람 속에서는 바다와 별과 나무,
당신의 냄새가 묻어 와요
이 안개 너머에는 당신 등허리처럼 넓은
등나무 한 그루 들보처럼 서 있는 거지요?
(중략)“ (p140~p141)

저자는 “자욱하게 안개가 내려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길이 지워질 때도 아버지는 (...) 느티나무처럼 버티고 계신다. 하늘과 땅의 의미에 닿은 나무의 상징성이 그러하듯이 아버지의 존재란 언제나 하늘로 향한 정신의 지향성과 대지의 넉넉한 포용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존재다. 비바람이 불고 천둥이 쳐도, 눈보라가 치고 혹독한 겨울이 닥쳐도 그때마다 시련과 맞서는 당신의 허리는 꼿꼿하고 가슴은 따뜻했다.“ 라고 쉽고 공감이 가는 해석을 들려준다.

마흔 살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시를 통해 공감과 기쁨을 함께 느끼고, 힘을 얻어 보자.

[북데일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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