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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앨빈 토플러, “새 문명시대는 정치가 바뀌어야”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013년은 대한민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의 정치권력이 새롭게 시작되는 해로 지구촌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의회와 대통령, 정당 등 기존 정치조직은 여전하지만 상당의 권력은 정보통신에 기반한 풀뿌리 집단과 미디어로 이동해가고 있다. ‘미래 쇼크’(1970) ‘제3물결’(1980)에서 사회구조의 변화와 권력의 변화를 예고한 앨빈 토플러는 ‘정치는 어떻게 이동하는가(원제 Creating a New Civilization)’를 통해 제3물결을 새로운 문명창조로 보고 정치가 변해야 함을 강조한다. 옛 정치질서가 어떻게 몰락해가고 미래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정치질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정치권력에 무게중심을 실은 본격 정치지침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정보통신혁명이 시작된 1990년대 초ㆍ중반으로, 지구촌 실시간 네트워크가 형성된 현 시점에서 보면 격세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정치구조에 국한해 보면 문제인식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이 출간된 1990년대 초ㆍ중반 미국 정치계는 혼란과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 당시 좌파로 분류되던 소비자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반대하기 위해 우파로 분류되는 보수논객 팻 뷰캐넌과 연합전선을 펼치는가 하면, 성공한 기업가의 이미지를 앞세워 대통령에 출마해 잠시 열풍을 일으킨 로스 페로가 ‘유나이티드 위 스탠드’운동을 주도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는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ㆍ구소련 인접국ㆍ캐나다ㆍ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집권당이 몰락하고 새로운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는 등 급격한 정치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토플러는 빠른 가치관의 변화 속에 정치권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갈라져 싸우는 양상만 벌이는 정치시스템의 위기는 사람들의 자신감 상실로 이어지는 현상을 가장 우려한다.

토플러가 가까운 미래라고 말한 제3물결은 왔지만 사실 완전 도래했다고 보긴 어렵다. 정치에 의해 제도와 규칙 등 사회구조가 바뀌게 마련인데 아직 제3물결 세대가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토플러는 제3물결 정치가 이뤄져야 새 문명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본다.

저자가 주장하는 ‘정치의 이동’은 ‘제3물결 정치모델’로의 성공적 전환이다. 토플러는 제3물결 정치모델로 ‘반(半)직접민주주의’와 ‘의사결정의 분배’를 제시한다. 기존의 정치시스템은 사람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원래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폐기처분하고, 혼합형 창의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새로운 방식에 따르는 불확실성과 리스크,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해 우선 좁은 지역에서 실험을 거친 후 더 넓은 범위로 적용해볼 것을 권한다.

지방으로의 권력 분산화도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정치의 핵심원리다. 의사결정의 부하를 분산하고 의사결정으로 인해 영향받는 사람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이양해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리더를 자주 교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토플러는 의사결정의 분배야말로 시스템의 무력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의사결정의 분배가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폭적인 권한 분산만이 정치적 기능 회복의 길이라고 본다. 대량ㆍ집중화에서 분산ㆍ지역형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정치가 어떻게 발맞춰 나가야 할지 방향이 그려진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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