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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큰 정부
1954년 대영제국의 ‘지지 않은 해’는 이미 저물었다. 식민지를 관리하는 식민성 직원으로 일하던 파킨슨은 의문을 품었다. 식민지는 줄었고 업무량 역시 감소했는데 식민성 직원은 1935년 372명에서 1954년에는 1661명으로 5배나 늘어난 것이다. ‘일이 늘든 줄든, 업무가 아예 없어져도 공무원 수는 늘어난다’는 유명한 ‘파킨슨의 법칙’이 나온 배경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승진하기 위해서 부하직원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효율이 지배하는 영국 사회를 비아냥거리면서 등장한 이론이지만 지금은 행정조직뿐 아니라 기업 등 대부분의 조직에서 관찰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파킨슨의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웠지만 공무원은 계속 늘었다. 노태우 정부 이후 공무원이 줄었던 것은 ‘작은 정부-큰 시장’을 내세웠던 김영삼 정부밖엔 없다. ‘유능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이명박 정부도 5년간 국가공무원 수는 작은 정부라는 얘기가 무색하게 1만명이 늘었고, 유능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박근혜 정부의 정부 조직 청사진이 15일 공개됐다. 부처 단위가 확대되면서 ‘큰 정부’가 만들어졌다. 인수위는 세부 기능을 조정해 인력은 현재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킨슨의 법칙을 떠올리면 인수위의 생각대로 움직일지 회의적이다.

경제가 어렵고 복지도 챙겨야 하는 마당에 큰 정부가 옳다. ‘작은 정부-큰 시장’의 신자유주의도 사실상 패배했다. 유능한 공무원이 많은 큰 정부가 문제될 것은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큰 정부에 빗대 괜히 공무원만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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