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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스크 칼럼 - 박승윤> 공기업 인사, 제도보다 잘못된 인식이 문제
박근혜 차기 정부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주주라는 인식을 가지고 공기업의 경영진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현직 기관장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누구에게 (자리를) 주려고 마음먹고 형식적으로 공모하는 식이면 안 된다. 우리나라 민간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뽑아서라도 (전문가 위주로) 가도록 해야 한다.”

현 정부 출범 초인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MB)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작년 말 MB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출신들이 대거 공기업 감사에 선임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일갈했다. “공기업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후 박 당선인 주변에서 공기업 임원 선임 때 전문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제도를 고친다고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가 없어질까. 현행 법령의 공기업 임원 선임 절차를 보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25조에 공기업 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복수로 추천해 운영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친 사람 중 주무 부처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임원추천위는 법조ㆍ경제ㆍ언론ㆍ학계ㆍ노동계 등 각계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로 구성된다. 인선 두 번째 단계인 운영위는 기획재정부ㆍ행정안전부ㆍ국민권익위 차관과 경력 5년 이상 된 교수, 판ㆍ검사나 변호사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 등이 있는 인사들로 꾸려야 한다. 외압만 없다면 충분히 제대로 된 CEO를 가려낼 수 있는 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모든 정권에서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자행된다. 제도가 아니라 공기업에 대한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공기업은 영리를 직접 추구하지는 않지만 엄연한 기업이다. 또 공기업은 적자가 생기면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국민의 기업이다.

그런데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이 공기업을 대선 승자의 전리품으로 생각한다. 대부분의 공기업 주변에서 임기와 상관없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기관장의 대거 물갈이를 당연시한다. CEO의 진퇴를 예상하는 주요 잣대는 임기 중 성과가 아니라 현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웠느냐다. 현 대통령과 인연이 많은 기관장일수록 알아서 나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따갑게 받는다. 낙하산 기관장이라고 내보내면서 후임 인선 때 임원추천위를 쥐락펴락해 결국 새 정부에 코드가 맞는 인사를 앉힌다. 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박근혜 차기 정부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주주라는 인식을 가지고 공기업의 경영진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현직 기관장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업무상 큰 문제가 있는 부적격 CEO나 성과가 심각하게 나쁜 임원만 극히 예외적으로 걸러내면 된다. 성과가 좋은 기관장은 연임시키는 게 맞다. 새 기관장을 선임할 때는 청와대가 관심을 끊고 법령대로 임원추천위에서 아무 제약 없이 CEO 후보를 추천토록 해야 한다. 추천 인사 중 소관 부처 장관이 제대로 검증해 제청토록 한다. 문제가 생기면 장관에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 추천위 단계부터 청와대가 개입하면 모든 업보를 대통령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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