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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판 수정 중소기업 지원, 玉石부터 가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중소기업 정책이 일사천리다. 시중에는 ‘중소기업 천국’이라는 말이 나돈다. 전경련에 앞서 기협중앙회를 방문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엊그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선 중소기업인들의 애로를 손톱 끝에 박힌 가시로 표현했다.
9일에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인들과 만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 간의 상생방안을 논의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일부터 시작되는 정부 부처 인수위 업무보고도 중기청을 1순위로 택했다. 약속 지키기를 최우선 정치덕목으로 삼는 박 당선인의 면모답다. 인수위 역시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부조리 내지는 악덕행위 근절을 우선과제로 삼았다고 한다. 단가 후려치기, 리베이트 강요, 인력 빼가기, 약탈적 골목상권 침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죽하면 대기업과의 계약을 ‘乙死조약’이라고 하겠는가. 계약상 ‘을’인 중소기업이 늘 죽게 돼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는 부의 세습수단이고, 단가 후려치기는 강자포식의 도구란 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경제민주화도 대기업이 자초한 셈이다. 잘못된 것은 응당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상생도, 일자리 창출도, 중산층 70% 복원도 가능해진다. 이미 국회에 관련 개정 법안이 여럿 있고 공정위도 크게 공감하는 데다 야당도 중기지원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조기 법제화는 시간문제다.
그러나 경계할 것이 있다. 바로 이분법적 사고다. 대기업의 목을 조여야 중소기업이 산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과도한 전문성이 염려되는 대목이다.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외골수 기질만 앞세우면 되레 일을 그르치게 된다.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인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중기청장 출신으로 ‘9988’을 외친다. 중소기업이 한국 기업의 99%, 일자리의 88%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틀림없다. 그러나 시장경제 원리는 수치보다 치수에 더 좌우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형편에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이다. 과거 1980년대 일본 기업이 미국에서 겪은 고초 이상이 될지 모른다. 글로벌 특등기업 삼성전자가 특허전쟁으로 곤욕을 치르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일본 아베정권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외치며 장기침체 탈피에 절치부심하고, 중국은 자국기업 우선이라며 외국기업 배척을 노골화하고 있다. 크든 작든 기업인의 기부터 살려놓고 볼 일이다.
악덕행위를 엄두조차 못 내게 하는 충격요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원 대상 선별작업이다. 과보호야말로 치명적 해악이다. 대기업을 핵우산으로 여기고 인큐베이터 안에 안주하려는 중소기업인은 숱하다. 경쟁력의 생명인 원천기술과 고급인력 확보는 안중에 없고 접대골프와 향응 제공을 일로 착각하는 이도 허다하다. 회계장부를 움켜 쥔 ‘미스 킴’이 ‘웃사장’이란 우스개도 낯설지 않다. 거르고 걸러서라도 세계를 휩쓰는 중견기업을 일컫는 독일식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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