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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베르테르
베르테르의 슬픔은 작가인 괴테의 슬픔이기도 했다. 스물다섯 살 청년 괴테는 법관 시보로 근무하던 중 한눈에 반한 여성을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약혼자가 있는 몸. 절망감에 빠진 괴테는 법관 수습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낙향해 실연의 아픔을 달래던 괴테에게 비보가 전해진다. 상관의 부인을 사랑한 친구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충격을 받은 괴테는 ‘몽유병 환자처럼’ 한 달 만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완성한다. 소설은 18세기 유럽의 히트 상품이 됐다. 베르테르가 즐겨 입던 연미복과 노란 바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까진 좋았지만 주인공처럼 자살자가 늘어났다. 유명인을 따라하는 모방 자살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성민 씨의 자살 소식으로 베르테르 효과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자살자가 갑자기 늘어 베르테르 효과일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떠돈다. 실제로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대중에 퍼지면 평균 600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나라다. 10만명당 자살 사망자가 3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OECD 회원국 평균이 13명이고, 2위인 헝가리가 23명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 자살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독한 사회, 약한 인간’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 분위기, 불평등, 인간 소외, 인명 경시 등 사회적 요인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사회적 치유가 중요한 이유다. 자살률을 떨어뜨리지 않고 한국 사회의 건강을 얘기하긴 어렵다.

괴테는 83세의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났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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