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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어떤 모성性
세밑에 소설가 김다은 씨와 작가 서영은 선생의 서울 평창동 집을 찾았다. 어찌하다 보니 겨울에만 그곳을 찾게 된 꼴인데, 그 집 앞 야산은 머리카락이 숭숭 빠진 것처럼 좀 황량한 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대문 안 풍경이었다. 철 대문 소리의 삐걱거림과 함께 일대 북새통이 일어야 할 판인데, 조용한 게 수상쩍었다. 컹컹거리며 혼을 쏙 빼놓는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털이 북실북실한 덩치 큰 놈부터 쉴 새 없이 쏘다니며 말썽을 부리던 잽싼 놈과 나머지 녀석들을 찾느라 내 눈길은 바빴다. 서 선생 왈, 다 늙어 죽어 하나 둘 저 앞산에 묻어줬다고 했다.

자리를 옮겨 작은 일식집에서 음식을 나누며 오간 얘기는 요즘 먹고살기 힘든 작가들의 얘기부터 신춘문예 경향, 최초 여성 대통령까지 두루 이어졌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얘기는 모성성에 다다랐다. 서 선생은 “대통령 당선인이 얼마나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 시대 아픔을 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또 이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이들을 위해 2~3개 정도 빈자리를 남겨두는 게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그 일에 여성들이 모성성을 발휘해 앞장서야 한다고.

품고 인내하는 모성성은 흔히 생래적인 것으로 얘기된다. 최근 그런 모성성이 여성의 사회 진출로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한편에선 모성성이 전투적이고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사회에선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튀는 모성성의 한 예가 있다. 아버지를 배신하고 이아손이 황금양털가죽을 가지고 도망치도록 도운 메데이아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마법으로 내내 이아손을 돕지만 그가 코린토스의 공주와 결혼하려 하자 이아손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죽여 복수하고 떠난다. 신화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늘 놀랍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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