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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자살은 대한민국의 비극…방치할 일 아니다
이제 자살은 남의 일이 아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워 극단의 선택을 하는 자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뒤돌아볼 때다. 내 주변 어디엔가 소외받고 있는 자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전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경위를 조사한 경찰은 조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주변인들 역시 2004년 결혼 파경 이후 계속된 비운이 그를 극단의 선택으로 몰고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통하고 비통한 일이다. 그의 죽음은 한 명의 야구스타를 잃었다는 슬픔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병리를 다시 한 번 깨우치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전 부인 최진실 씨와 처남 최진영 씨에 이은 세 번째 연쇄 자살인 때문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자살론’에서 조 씨와 같은 가장 흔한 형태의 아노미 자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의 불안정으로 인해 사회규범이 혼란을 겪을 때 일어나는 자살을 우려했다. 사회가 중심을 잃을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나 이혼을 이유로 또는 이 둘의 복합적인 결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뒤르켕의 경고가 훗날 대한민국을 염두에 둔 말일 줄 누군들 상상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33.5명에 달해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하루 평균 42.6명이 자살하고 있다. 이 같은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12.8명보다 2.6배나 높은 것이다. 이로 인해 2003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자리에 오른 후 한국은 내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이제 정치권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승자독식의 사회 경제구조를 혁파하고, 비정한 경쟁관계에서 협력ㆍ조력관계로 바뀌도록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 정치 지도자는 자살 예방을 통치철학으로 내세우고, 정부는 중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에서 비롯된 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누구라도 절망 속에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

각 지방자치 단체장 직할로 자살예방기구를 설립 운영하도록 법제화하고,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한국자살예방협회 같은 정부 및 사회기구를 각 시도에도 설치해 지역사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자살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자살방지 프로그램 등 최근 유행하는 힐링(마음치유)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살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에 얼마나 큰 짐을 지우는 일인지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자살의 주원인 중 하나가 과도한 욕망에 있다는 분석에 근거해 스스로 욕망을 통제할 수 있게 하는 윤리교육이 절실하다.

이제 자살은 남의 일이 아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워 극단의 선택을 하는 자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뒤돌아볼 때다. 내 주변 어디엔가 소외받고 있는 자는 없는지, 말 못할 고민으로 번뇌하는 자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한 마디의 위로와 따뜻한 배려가 소중한 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인의 도리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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