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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부동산 신화믿고 빚내 투자… ‘안정적 중산층’ 꿈꾸다 한순간 추락
2007년 아파트값 최고점 상투 잡고
집값 추락으로 팔고 싶어도 못팔아…

朴 당선인 주택지분 매각제 도입 등 계획
실효성·모럴해저드 논란 극복 과제로



# 40대 중반의 직장인 이모 씨. 그는 3년 전 경기도 안양의 30평형대 아파트에 살다 인근 평촌의 4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집을 넓히면서 돈이 부족했던 그는 3억원 가량의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현재 그가 매월 은행에 내는 대출이자만 월 150만원에 달한다. 이자비용과 자녀교육비용을 내고 나면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집값은 3년 사이 1억원이 넘게 하락했다. 결국, 그는 집을 줄이고자 매물로 내놓았지만 대형 평형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바람에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 당시 아내에게 “큰 집이 돈이 된다”며 무리해서라도 집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고통일 뿐이다.

이씨는 전형적인 ‘하우스푸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빚 갚는 데만 소득의 60%를 넘게 쓰고 집값과 금융자산에 비해 빚이 과다한 대출자를 하우스푸어라 정의한 바 있다. 이 하우스푸어 문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우스푸어 다수가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 격인 중산층이어서다. 중산층 70% 복원을 내걸고 새롭게 출발하는 박근혜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택 시장의 정상화, 즉 하우스푸어의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택값이 수년째 하락하면서 중산층 가운데 상당수가 집을 장만하면서 빌려쓴 은행돈을 갚기 위해 매달 수입의 대부분을 대출이자로 지불하는 등‘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신기루처럼 사라진 부동산 불패신화…“중산층이 무너진다”=한때 자고나면 수천만원씩 오르며 ‘부동산 불패신화’까지 낳았던 집값이 수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하우스푸어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 하우스푸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은 이른바 중산층 대열에 합류코자 내집 마련의 막차를 탄 이들로 분석된다.

이들 대부분은 집값이 최고점이었던 2006~2007년에 집을 마련했다. 전ㆍ월세로 시작해 차곡차곡 모은 자금과 은행 대출이 바탕이 됐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었기에 수억원대의 대출이 무리하게 인식되지 못했다. 재산증식 1호 수단은 단연 아파트였다. 그래서 소형아파트에서 중형아파트, 그리고 대형아파트로 갈아타는 게 정형화된 공식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은퇴 시점에서는 아파트 한 채와 퇴직금으로 노후를 설계하는 게 중산층 삶의 코스였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의 악화, 베이비부머의 은퇴, 30ㆍ40대 주택 수요층의 구매력 감소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우스푸어들의 채무 상환능력이 최근 한계상황에 도달하는 모습이다. 특히 극심한 거래 실종 양상이 지속되면서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중산층이 점차 극단의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집값이 떨어져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전세보증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소득의 60% 이상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를 대략 57만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갚아야 할 빚은 150조원에 달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모두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부동산 평가액의 40% 정도만 남는 고위험 하우스푸어도 10만가구가 넘고 대출금은 47조원을 웃돈다. 금융연구원은 집값이 20% 내리면 이런 고위험 하우스푸어가 5만가구 가까이 증가하고 금리가 1% 오르면 7400여가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하우스푸어의 몰락, 즉 중산층 붕괴는 이미 진행형이다.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아파트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지난해 경매 진행된 아파트 건수는 총 3만4576건이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주택시장 침체로 매수세가 얼어붙었고 경기침체로 가계대출 상환능력이 악화돼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경매가 대기 중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산층 복원하는 하우스푸어 대책…현실성 & 실효성 ‘부족’=정치권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수의 중산층을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놓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도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보유주택 지분 매각제도’를 도입해 하우스푸어가 소유한 주택 지분 일부를 공공기관이 사들여 유동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본인 집에 계속 살면서 매각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면 이자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택 매각이 어려운 하우스푸어는 ‘주택연금 사전 가입제도’를 통해 구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60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연금 가입 나이 제한을 50세 이상으로 낮춘다는 것. 하지만, 하우스푸어 구제를 둘러싼 모럴해저드 논란이 관건이다. 집값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집을 산 이들을 공적자금으로 구제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논리도 결고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 대책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경철 상가114 이사는 “단순히 가계 부채를 줄이기 차원의 대책은 오히려 주택구입 여력을 줄어들게 할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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