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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원貨 강세 장기화, 고환율 단맛 잊어야
새해 벽두부터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장이 열린 첫날 달러당 원화값은 단박에 1070원대를 깨고 1063원까지 떨어지더니 1060원 선을 겨우 지키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한결 비관적이다. 여전히 원화 가치가 10%가량 저평가돼 있어 올해 안으로 1000원 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연중 평균 환율 역시 1020~1050원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약세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다는 극단적 관측도 무성하다.

환율이 요동을 치는 것은 미국의 재정절벽 모면이 도화선이 됐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시장에 해외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들의 무차별적 양적완화로 생성된 유동성이 아시아 신흥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그 가운데 국가신용등급이 좋고 펀더멘털이 비교적 탄탄한 한국시장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꾸준한 무역수지 흑자가 한 요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원화 강세는 큰 부담이다. 당장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여파가 심각하다. 일부 중소 수출기업들은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환율이라며 아우성이다. 여기에 달러화에 대한 엔화 약세까지 겹쳐 일본과 경쟁하는 전자, 정보통신(IT), 자동차 등 수출 주력품목들은 더 타격이 크다.

물론 환율 하락에 따른 긍정적 측면도 있다. 수입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내수의 여력은 한결 확대돼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원화 절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지난해 달러화 대비 원화는 7.4%가 올랐다.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변동 폭은 우리가 가장 컸다. 환율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기업은 물론 정부와 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의 대비가 어렵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속도의 문제일 뿐 원화 강세의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는 토빈세 등의 방법을 강구할 수 있겠지만 원화 강세 장기화에 대비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 더 우선이다. 특히 기업들은 고환율의 단맛에 길들여진 체질부터 당장 바꾸어야 한다. 비용 절감과 기술경쟁력 확보로 악화된 수출 여건을 이겨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글로벌 환율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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