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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김진규> 새해엔 직접금융 활성화해야
직접금융을 확대하려면 무엇보다 투자은행 육성이 중요하다. 미국의 철도회사 주식을 유럽의 자본가들에게 매각하면서 시작된 투자은행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직접금융은 투자은행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신문을 보니 올겨울 내복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20~30%가량 늘었다고 한다.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에 경기불황까지 겹쳐서란다. 불경기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사람들이 속옷을 준비하게 된다는 얘기다.

경기를 타는 것은 비단 내복만이 아니다. 증권시장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난해 기업공개(IPO) 실적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물론 새해에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상황은 다시 나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부침(浮沈)을 떠나서 과연 우리 증시가 기업의 자금조달에 충분히 효율적인가 하는 점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갈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새해엔 발행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 알다시피 국내 유통시장은 시가총액이 세계 14위권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성장했다. 반면 발행시장은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연평균 6조원 내외로 세계 30위권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국내기업은 대부분의 사업자금을 은행 대출로 해결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직접금융 비중이 0.1%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직접금융이 거의 무의미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을 ‘IPO시장의 위기(IPO crisis)’로 인식한 바 있다. IPO 규모의 전반적인 감소보다는 기업계층 간의 차등이 더욱 문제라는 것이다. 신생기업육성법(JOBS법)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럼 직접금융을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투자은행 육성이 중요하다. 미국의 철도회사 주식을 유럽의 자본가들에게 매각하면서 시작된 투자은행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직접금융은 투자은행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직접금융이 일어나는 발행시장은 조직화된 시장이 아니므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투자은행의 역할이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IPO에서는 투자은행의 명성이 공모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실증분석 결과도 있다. 이런 점에서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또한 직접금융은 유통시장과도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그 진입요건을 낮출 필요가 있다. 현실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부담이 되는 상장요건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체격에 맞는 다양한 시장을 제공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도 사람처럼 성장단계가 있다고 본다면 모든 기업이 성인용 옷을 입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코넥스(KONEX)가 잘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끝으로 우량 외국기업의 상장이 촉진돼야 한다. 굳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외국기업 상장은 분명 발행시장에 활력소가 되고 국내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옥석을 가려 규제의 수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올해는 계사년, 뱀띠 해다. 뱀은 알을 많이 낳기 때문에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고 한다. 새해엔 우리 증시도 뱀처럼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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