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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정덕상> 박근혜로 이어진 61, 그 숫자의 의미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았던 아버지의 꿈을 박 당선인만큼 아는 이는 없을 것이다. 공정한 분배, 헌법적 가치의 존중, 인권, 민주적 의사결정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아마도 박정희가 선망한 목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박 당선인의 몫이다.


우연이냐, 필연이냐. 대선 직후 운명론까지 들먹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녀 박근혜 당선인 간 얽히고 이어진 숫자가 화제가 됐다, 그중 하나가 ‘61’이다.

1917년생인 박 전 대통령은 1979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61세 때다. 그리고 1952년생인 박 당선인은 2013년 올해 임기를 시작한다. 역시 61세다. 나이로만 보면 부녀간 집권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에게 표를 던진 1560만표의 상당수가 산업화시대의 고도성장에 대한 회고형 투표라는 분석을 감안하면, 34년의 간극을 두고 ‘박정희 집권 2기’는 시작되는 것이다.

박정희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지도자는 세계에서 찾기 힘들다. 농업국가를 공업국가로, “엽전이 하면 다 그렇지 뭐”라는 자기비하의 시대에 ‘싸우면서 건설하자’ ‘하면 된다’는 민족적 자긍심으로 일깨운 지도자였다. 경제발전의 뒷골목에서 벌어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의료보험 정책에서 시장지향적이 아닌 국가주도적 체제를 도입했고, 중고등학교 평준화를 시행했다. 대표적인 국가사회주의적인 시도였다. 그렇지만 ‘잘살아 보세’라는 절체절명의 명제 앞에 모든 게 정당성을 부여받았던 시대이기도 했다.

유신헌법까지 만들어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했던 아버지의 꿈을 박 당선인만큼 아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훼손됐고, 민주화 이후에도 안착하지 못한 성장과 공정한 분배, 헌법적 가치의 존중, 인권, 민주적 의사결정, 권력행사의 정당성, 기회균등,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아마도 박정희가 선망한 목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박 당선인의 몫이다.

박 당선인은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 15일째, 망설임 없는 실천은 찾아보기 어렵다. 24인의 인수위원 인선 중이다. 많이 들어본 듯한 ‘고뇌에 찬 결단’을 두고 나 홀로 고민 중이라고 한다. 경험칙으로 보면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취임 때까지 10주 동안 골격이 짜이고, 언론ㆍ야당과의 허니문 기간인 100일에 방향이 잡히며, 핵심과제가 본격 실행되는 1년 내에 사실상 결판난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인선을 마무리, 공약선별작업 완성, 핵심 지지기반의 네트워크 강화에 한참 바빠야 할 박 당선인은 며칠째 은둔 중이다. 측근들도 박 당선인이 뭘 하는지 모른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국민과 결혼했다고 했다. 함정은 여기에 있다. “왜 내 뜻을 몰라주냐”는 식이다. 박 당선인에게서 ‘잘살기 위해 부정부패 안 하고 열심히 할 테니, 국민도 잘 따라오라’는 아버지 시대의 계몽주의적 리더십이 엿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고, 이명박 대통령도 그랬다. 썩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들이다.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발탁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래전에 올랐다. 충성스런 참모보다 공적인 시스템을 활용하고, 공론의 장을 통한 소통과 의사결정은 여전히 아쉽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된 유신(維新)은 ‘새롭게 하자’는 게 본래 뜻이다. 어원을 따져보면 서경(書經) 윤정편(胤征篇)의 ‘함여유신(咸與維新)’이다. 다 함께 새롭게 하자는 말이다. “과거를 모두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겠다”는 박 당선인의 약속, 혼자서는 어림도 없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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