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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생·안보 홀대 예산 짜놓고 外遊라니
19대 국회에 걸었던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저소득층 병원비를 깎아 지역구 사업을 늘리고,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이라고 우기며 매년 1조원 지원을 확정하고, 특권을 내려놓겠다더니 의원연금은 고스란히 챙긴 국회의원들이다. 정작 긴요한 것은 외면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만 잔뜩 부풀려 혈세를 쏟아붓겠다면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더 황당한 것은 새해 예산안 부실 심의도 모자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가며 졸속 처리한 그 주역들은 지금 뒤풀이 식 외유 중이다. 장윤석(새누리당)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ㆍ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 계수조정소위 소속 새누리당 김재경ㆍ권성동ㆍ김성태 의원, 민주당 홍영표ㆍ안규백ㆍ민홍철 의원 등 9명이 바로 그들이다. 예산안이 통과하자 2개조로 나눠 세금으로 예산심사 시스템을 연구한다며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로 떠났다. 그곳에서 예산을 공부하겠다면 동네 소가 웃는다.

이들은 예산안 부실ㆍ졸속 처리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장 위원장과 양당 간사는 밀실 계수조정을 주도했고,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호텔을 전전하며 각각 500억원 이상의 재량범위 내에서 1200건에 이르는 ‘쪽지민원예산’을 처리했다. 온갖 폭력으로 난장을 쳐 국민적 지탄을 받은 18대 국회도 나라살림을 국회 밖에서 은밀하게 다루진 않았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이한구ㆍ민주당 박기춘 두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야 유력 의원들의 지역구에 많게는 수백억원, 적게는 수십억원의 선심성 예산이 배정됐다. 빈곤층 의료지원비를 절반 수준으로 깎은 결과다.

이런 선량들이 10박11일 동안 ‘따뜻한 겨울’을 즐기는 데 드는 경비 1억5000만원은 국회 예결위 예산에서 충당됐다. 쓰다 남은 예산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흥청망청 눈먼 돈 취급한 사례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정치권은 스스로 쇄신을 부르짖었다. 그 핵심이 특권 내려놓기였다. 이번 예산에 의원연금 128억원은 그대로 담으면서 불체포특권, 영리업무 겸직금지 등 핵심 사안엔 손도 대지 않았다.

이러고도 정치쇄신을 다시 부르짖는다면 믿을 국민이 과연 몇이겠는가. 택시업계 지원에 드는 돈 절반이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때 서울을 거뜬히 지켜낼 수 있다는 안보 전문가들의 말에 소름이 돋는다. 대통령이 거리의 상식은 물론 법체계마저 무너뜨린 택시법에 제동을 거는 것은 책무이자 순리다. 유권자들은 이번을 계기로 누가 어떤 국회의원인지 똑똑히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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