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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현실성 없는 공약은 버리고 시작하라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뒷받침하는 예산이 2조4000억원가량 포함됐다고 한다. 0~5세 무상보육을 포함해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사병 처우 개선,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등에 쓰일 돈이다.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납득 못할 수준은 아니다. 또 전체 예산 규모가 342조원에 달해 이 정도는 적당히 조정하면 큰 무리 없이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박 당선인이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내놓은 약속 가운데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지역 사업과 복지 공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수서발 KTX 의정부 연장 등은 타당성이 없다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기초노령연금 확대, 4대 중증질환 전면 국가 책임 등은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선심성 예산은 한번 늘어나면 좀처럼 줄이기 힘들다. 특히 복지 예산은 고정비적 성격이 강하고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경직성 경비가 많아지면 국가 예산 운용의 탄력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를 하다 보면 이른바 ‘치고 나가는’ 공약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공약들은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불요불급하다고 판단되면 국민적 동의를 구하고 아예 원천 폐기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결국 국가 재정건전성을 해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복지와 선심성 예산을 펑펑 써대다 나라살림을 거덜낸 외국의 사례를 그동안 숱하게 봐오지 않았는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재정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국가가 그 대표적 사례다. 우리라고 다를 것은 없다. 가뜩이나 지난해 우리 경제는 2% 성장에 그친 데다 올해도 3%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약 이행의 탄력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으로서는 공약을 물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더라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해 순위가 떨어지고 지역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는 공약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국정 운영에는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당장 지역주민의 원성과 정치적 비난이 거세겠지만 먼저 회초리를 맞겠다는 각오로 사과를 구하는 것이 국가 미래를 위하는 길이다. 잘못된 공약은 독이 든 술잔과 마찬가지다. 그것이 죽음의 길로 이르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도 마실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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