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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이두식> 많은 걸 내려놓고, 담백하게 살기
어느새 또 새해가 밝았다. 반갑지 않지만 한 살을 더 먹게 됐다.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참으로 실감한다.

내 나이 육십 중반에 접어드니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가장 큰 화제는 역시 건강 문제다.

학교 동문 모임이나, 군 시절 친구들, 사회 친구들 할 것 없이 ‘건강이 제일’이라며 나름 의견들을 쏟아낸다. 갑자기 병이 생겨 고생하는 친구,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하직한 친구 이야기가 화제에 오른다. 나이 들면 으레 찾아오는 노인성 질환에 대한 이야기도 끝없이 이어진다.

나름 각종 질환에 대해 펼치는 주장들은 의사 못지않게 해박하다. 가히 의학박사 수준으로 특정 질환을 심도 있게 파고드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온갖 민간요법이며 대체요법을 열거하며 좌중을 압도하는 입심 좋은 친구도 있다.

우리 인체는 정말 조물주의 오묘한 능력으로 신기할 정도로 세밀하고 민감하다. 게다가 신비한 재생 능력과 강건함도 갖추고 있다. 아직도 이 같은 인체의 신비가 계속 연구 중이라니 조물주의 세계는 범접하기 힘든 듯하다.

인간 뇌의 비밀 중 불과 10% 정도만 밝혀졌다 하고, 현대의학으로도 풀어내지 못하는 미답지가 아직도 많다고 들었다. 참으로 우리 인체와 생명은 끝없는 신비함과 의문을 야기하며 연구 개발의 종착점이 없는 모양이다.

많이 극복돼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각종 암의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당면문제이자, 관심의 대상이다. 성인 남성 5명 중 2명은 암에 걸린다니 누구나 피해가기 어려운 질환이다. 암이며 성인병 질환 등 여러 질병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그 결과 극복돼가는 질병이 하나 둘 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치열한 경쟁과 정신적 피폐함으로 자살률이 늘고 있는 점과 과도한 환경 파괴 등으로 인해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고 있어 건강 문제는 언제나 안심할 수 없는 이슈다.

속사포처럼 각종 건강법을 쏟아내던 친구들 모임의 결론은 대부분은 한두 가지로 모인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마음을 비우며 속상한 일들은 빨리 잊으라는 것이다. 물론 적당한 운동과 소식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몇시간 토론의 결과가 너무 싱겁고, 대동소이하지만 이 대목에 이르면 누구나 동의하며 결론이 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즐겁게 살아가기란 사실 쉽지 않다. 노년기에 접어들며 겉으론 점잖아지려 노력하지만 주변은 늘 자극적이고, 괴롭힘의 조건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요즘 들어 나는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있다. ‘득고인풍(得古人風).’ 학문이 경지에 이르고 지위도 사대부 수준급이며 철학도 일가를 이룬 선비들의 일상을 떠올린다는 뜻으로, 나름 해석하자면 흘러가는 바람에 몸을 맡기듯 최대한 모든 걸 내려놓고 담백하게 산다는 뜻이다.

노년에 접어든 나는 유유자적하며 살았던 옛 선비들과 지금의 좋은 선배들과, 나보다 내면이 근사한 친구들에게 한 수 배우며 여생을 물 흐르듯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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