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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대우> 日아베 극우내각의 ‘혼네와 다테마에’
혼네는 속마음, 다테마에는 겉치레다. 유화적 제스처를 쓴다고 그네들의 혼네가 바뀐 것은 아니다. 한ㆍ일 교류를 확대하고 미래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자는 수사 역시 다테마에에 불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인의 성격을 특징 짓는 말로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는 게 있다. 간단히 말해 혼네는 속마음, 다테마에는 겉치레다. 군소리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늘의 일본을 있게 한 이 말은 속마음과 겉치레가 다른 일본인들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로 자주 쓰인다. 그들은 대화할 때도 ‘소우데스네’(그렇네요), ‘나루호도(그렇구먼)’라면서 맞장구를 잘 쳐준다. 일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걸 상대가 동의하는 걸로 곧이곧대로 믿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14세기 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역사적 뿌리가 깊은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는 2차세계대전 중 미 국무부의 의뢰로 2년간의 자료수집과 연구 끝에 1946년 출간된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책 제목이 상징하듯 국화와 칼, 즉 평화와 전쟁을 동시에 숭상하는 일본의 모순성을 잘 파헤쳤다. 공격적이면서 수동적이고, 호전적이면서 심미적이며, 무례하면서도 공손하고, 충성스러운 동시에 간악하며, 용감하면서도 비겁한 그들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특사로 파견하는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을 신년 벽두부터 사저로 불러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이므로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그간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수정을 입버릇처럼 주장해왔고, 불과 며칠 전 역사문제와 관련한 아베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한 그다. 아베 담화가 고노 담화를 넘어 무라야마 담화까지 무력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설사 그가 무라야마 담화는 계승하고 고노 담화만 폐기하겠다고 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정권 초기에 주변국과 불필요한 갈등관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다테마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케시마의 날 국가행사 승격 보류와 센카쿠열도 경찰 상주 공약 유보, 특사 파견 등 유화적 제스처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사 왜곡과 과거사를 부정하는 그네들의 혼네가 바뀐 것은 아니다. 반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본격 검토하겠다면서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는 데서는 혼네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아베 총리 본인을 비롯 구성원 18명 중 11명을 침략과 식민지배를 미화하면서 망언·망동을 일삼는 극우 내각으로 꾸린 그다. 이래서는 ‘무라야마 담화’ 계승 방침의 진정성마저 믿기 어렵다.

한국 관광객은 일본의 친절과 장인정신에 연신 감탄한다. 하지만 그건 다테마에만 본 것이다. 한ㆍ일 교류를 확대하고 미래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나가자는 수사 역시 다테마에에 불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 중년여성들이 아무리 한류에 열광해도 정치인과 관료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은 그대로다. 이런 와중에 일본 극우파는 호시탐탐 칼집에서 칼을 뺄 날을 노리고 있다. 이제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국력을 키워야 한다. 일본은 힘을 가진 중국에는 국화꽃을 건네겠지만, 힘 없는 한국에는 칼을 빼내들려 할 것이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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