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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신육> 차라리 내각제를 하지…
‘관료 출신 장관 배척’은 위험
다수당 내각 장악땐 권력 독점
견제·균형 행정부 권한 위해
새정부, 의원 입각 관행 깨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실무를 총괄하는 진영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중심제에선 장관이 대통령만 쳐다보고 국민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관료가 장관을 하는 건 좀 문제인 것 같다”는 언급을 했다. 언뜻 보면 맞는 얘기인 것 같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먼저 관료가 장관이 되면 대통령만 바라보고 정치인이 장관이 되면 국민을 생각한다는 논리는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장관이 된 적이 많았고 심지어 총리까지 지낸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이 소신껏 일했다는 기억은 없다. 실세 장관 혹은 실세 총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허락’하에 가능했던 것임을 감안하면 진영 의원의 이런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의 이런 주장은 정말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제는 본래 권력 분산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에 의해 유지된다. 권력이 분산된다는 사실은 입법, 사법 그리고 행정 권력이 각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진영 의원의 주장은 이런 권력 분립에 배치된다. 즉 그의 주장은 입법부의 일원인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의 장관으로 들어간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의 독립성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 융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여대야소가 거의 관행처럼 된 곳에서 의원의 장관 겸직을 통한 권력 융합이 일어나면 권력 독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여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상태에서 여당 의원 중 일부가 내각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국회를 지배하는 정당과 행정부를 지배하는 인적 구성원의 소속 정당이 같아지게 돼 일당 지배 체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소수 의견의 제도권 내 반영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특정 정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할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물론 일부는 내각제 국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 우선 내각제는 권력 분산이 아닌 권력 융합을 근간으로 하는 제도다. 뿐만 아니라 영국과 정치적 상황이 특수한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다당제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 의회의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없다. 그래서 연정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최소 3개 이상의 정당이 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내각제는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제도권에 반영시킬 수 있다. 문제는 양당제에 가까운 영국 같은 경우인데, 영국은 민주주의의 뿌리가 깊어 언제든 내각을 해산할 수 있고 또 제도에 기반을 둔 정치가 이뤄지고 있어 그럴 위험이 작다. 여기까지 보면 내각제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정치의 효율을 위해서는 여대야소가 돼야 한다는 식의 사고가 아직도 만연해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곳에서는 좀 더 대통령제의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도 심심치 않게 의원들의 내각 진출이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분명 잘못된 관행이다. 이명박 정권이 과거 정권보다 잘한 것 중 하나는 과거 정권보다 의원들의 내각 진출이 비교적 적었다는 점이다. 반대로 노무현 정권에서는 의원들에 대한 총리와 장관 임명이 수시로 이뤄졌었다. 역대 정권들의 이런 잘못된 행태는 이젠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제하에서는, 더구나 여대야소가 훨씬 보편화돼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가능하면 권력을 분립시키는 것이 당연히 옳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는데, 그렇다면 헌법이 정한 대통령제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다. 더는 편의에 입각한 대통령제의 변칙 운용은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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