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인호의 전원별곡] 제4부 자연과 사람? 박홍영 홍천 동창초교 교장 “젊어서 귀농 · 귀촌하면 자녀교육과 주민융화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
도시인들이 귀농·귀촌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이유를 세 가지만 들어 보자면, 첫째는 소득(경제활동)이고, 둘째는 자녀교육, 그리고 셋째는 텃세(지역주민과의 융화)다. 소득도 소득이려니와 자녀교육 문제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상대적으로 젊은 학부모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역주민과의 융화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러면 오랫동안 시골 현지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온 선생님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강원도에서만 무려 30여 년간 교직에 몸담아온 박홍영(57) 홍천 동창초등학교(홍천군 내촌면 물걸리) 교장을 만나 지난 2010년 이후 트렌드가 된 귀농·귀촌과 자녀교육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박홍영 동창초교 교장
“최근 대선 때도 그랬고, 요즘 시대적 화두가 복지이지요. 초등학교 교육복지만 놓고 보자면 시골학교가 도시학교보다 오히려 앞서요. 예컨대 학생 1인당 투자되는 각종 교육예산을 단순 비교해보더라도 시골학생들이 누리는 혜택이 도시학생들 보다 훨씬 큽니다. 정확하게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10배 이상은 될 겁니다. 게다가 깨끗한 자연환경이 그 토대를 제공해주는 전원교육, 창의·인성교육은 또 다른 축복이지요.”

시골학교라고 해서 허름한 교실에 작은 칠판과 백묵, 헌 책상과 의자 등을 떠올린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박 교장이 몸담고 있는 동창초교만 하더라도 컴퓨터 등 IT교육 시스템을 완비했을 뿐 아니라 과학실, 서고, 다목적실도 갖추고 있다. 맘껏 뛰어놀 수 있는 1인당 운동장 면적은 도시학교와는 아예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학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과 들, 하천(홍천강 상류 내촌천)은 매일 접하는 생생한 자연학습장이다.

“사실 시골 초등학교의 경우 도시의 과밀학급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열정적인 선생님과 학생 간 1대 1 대면학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다양한 예체능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도 충분히 갖춰져 있어 도시에 비해 교육의 질적 수준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봐요.”

실제 동창초교의 경우 학생들은 검도, 테니스, 외발자전거 등 각종 운동은 물론 미술(애니메이션), 바이올린, 국악(사물놀이) 등도 아울러 배운다. 사물놀이의 경우 수준급이라는 게 박 교장의 자랑이다. 이를 위해 일부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지만, 검도는 박 교장이 직접 아이들을 지도한다. 

신나게 외발자전거를 타는 동창초교 학생들.
신명나는 사물놀이 배우기 ‘얼쑤~’

이 뿐 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체력 향상 및 건강 증진에도 신경을 써서 학교 주변 척야산 등 4개 등산코스를 개발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제주도로 원정 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문화 체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서울로 공연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 유명 스키장에서 스키캠프를 열어 선생님과 아이들이 즐거운 겨울추억을 쌓았다. 또 겨울방학을 맞아 영어캠프도 열고 있다.

이렇듯 오히려 도시보다도 알찬 교육이 가능한 곳이 시골 초등학교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젊은 토박이 주민들이 농사를 버리고, 농촌을 떠나면서 학생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 그래서 박 교장은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오는 젊은 귀농·귀촌인들이 이 같은 시골학교의 공동화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실제 귀농·귀촌을 함에 있어 경제적인 소득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또 다른 걸림돌로 여겨지는 자녀교육과 현지 텃세 문제로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초등학생 때는 시골에서,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며 지덕체를 아우르는 교육을 받는 게 바람직하지요. 시골에선 학교를 매개로 지역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때문에 그들과의 융화 문제도 부드럽게 해결이 됩니다.”

동창초교는 현재 전 학년 학생수가 12명에 불과하다. 일제 강점기 때 문을 열어 무려 72년 역사를 간직한 전통의 학교이건만 폐교 얘기가 불거져 나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 교장은 향후 이 지역(물걸1,2리)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도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방문 및 자녀교육 상담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다.

 
스키캠프에서 즐거운 겨울추억 쌓기
 동창초교 학생들이 박홍영 교장 지도 아래 검도를 배우고 있다.

“이곳 물걸리는 서울~양양간 동서고속도로 내촌IC가 지척에 건설 중이어서 향후 서울 및 수도권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됩니다. 특히 지근거리에 이화학원(이화여고, 이화외고)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안학교인 팔렬중·고등학교가 있고요. 또 인근 내촌면사무소 소재지에 중학교, 서석면사무소 소재지에 중고등학교가 있어 초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선택 폭이 그만큼 넓습니다. 지방에서 교육 인프라가 이만큼 갖춰진 곳도 드물어요.”

박 교장은 동창초교의 적정 학생 수를 최대 30명 정도로 보고 있다. 너무 많으면 과학실, 다목적실 등을 교실로 개조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만큼 교육의 질적 수준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교장은 아예 교장실을 교실로 내놓고, 자신은 교무실이나 사택용 단칸방을 전전하며 교장실로 대신 쓰고 있다. 그만큼 학생들의 교육을 최우선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와 공동화로 심각한 위기의 처한 농촌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귀농·귀촌인 특히, 활력과 추진력, 아이디어를 겸비한 젊은 귀농·귀촌인들이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는 게 농업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농촌도 살리고, 학교도 살릴 수 있는 해법인 셈이다. 홍천 동창초교가 이런 선순환 구도의 좋은 모델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 전원&토지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