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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있는 명소] 단양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지상 최대 '사랑의 메모' 이끼터널 지나 선사시대 품으로
[헤럴드경제: 단양= 남민 기자] 단양 여행 둘쨋날. 전날 눈이 녹으면서 얼어 길이 미끄러웠다. 이날 역시 실내 중심 여행을 했다.

오전 9시 단양읍에서 차로 약 10여분 거리에 있는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으로 향했다. 단양은 우리나라 선사유물지의 중심지가 되는 곳이다. 꼭 들러봐야 할 코스다. 다소 외진 곳에 홍보부족으로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북아시아 선사유물의 중심지라 할 만큼 소중한 유물들이 지금도 발굴되고 있고 고스란히 전시돼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수양개는 적성면 애곡리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충주호 건설로 많은 부분이 잠겼다. 그런데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으로 가는 길이 참 특이하면서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통과문’을 거치면 전시관이 나오는데,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길(통과문)이 이제 눈 앞에 펼쳐진다.

전시관 주변에 설치해놓은 원시인 모형

단양읍에서 59번 국도를 이용, 상진대교 쪽으로 향한다. 왼쪽에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상진대교가 나오면 건너지 말고 그냥 오른쪽 길로 가자. 약 200~300m 정도만 가면 오른쪽으로 샛길이 나오는데 이 길로 내려가서 바로 좌회전해야 한다. 적성면으로 가는 길이다. 굴다리를 두 개 통과하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수양개유적로를 따라 왼쪽에 남한강이 펼쳐진다.

이 길은 예전의 철길을 포장한 것인데 잠시 후 좁은 터널 3개가 연달아 나온다. 특히 두번째 진주터널은 길이가 무려 800m로 이쪽 입구에서 저쪽 끝이 안보여 교통신호등을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의 유일한 터널이다. 무심결에 진입했다간 맞은편에서 차량이 오면 좁은 터널 속에서 큰 곤욕을 치른다. ‘신호위반’이다. 옛 철길터널이라 좁은 1차로 뿐이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이색풍경이다. 반드시 초록신호등을 보고 진입해야 한다. 그런데 초록신호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터널 입구 길 가운데에 네모로 그려놓은 곳에 차를 딱 맞춰 정지해야 초록신호등이 들어온다. 재미있다.

초록신호등 받아야 진입할 수 있는 신호터널

세번째 터널까지 통과하면 이번엔 ‘이끼터널’이 또 나타난다.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한 터널이다. 굴을 뚫은 터널이 아니라 길 양쪽에 콘크리트 벽을 비스듬히 설치했고 여름이면 양옆의 나무잎이 무성해 완전한 터널을 연출한다. 그런데 양옆 콘크리트벽에 이끼가 매우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주고 있다. 겨울인 지금도 푸르스럼하게 200m 넘는 구간을 좌우로 물들여 놓고 있다. 더욱 재밌는 것은 이 이끼에 온갖 낙서가 꽉 차 있다는 것. 하트 그림과 함께 ‘누구누구를 사랑해’ 등등 연인과 함께 추억의 길목에 흔적을 남긴 ‘지상 최대 메모지’인 셈이다.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꼭 흔적을 남겨 기념사진까지 찍어가면 두고두고 추억에 남을 것 같다.

사랑의 메시지가 넘쳐나는 이끼터널

이 아름다운 관문을 통과하면 바로 코 앞에서 선사시대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과 유적지 현장이다. 수양개 선사유적은 중기 구석기시대 석기부터 삼한시대 취락유적 등이 발견된 곳으로 유적지에 전시관을 건립, 현장감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이 곳은 일명 ‘석기 제작소’라고도 부른다. 석기를 만들던 50곳과 2만7000여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가까운 위치에 제1지구, 제2지구, 제3지구로 발굴했으며 앞으로도 엄청난 발굴이 대기상태다.

이 곳이 역사적으로 의의가 큰 점이 몇가지 있다.

제1지구의 후기 구석기 문화층에서는 유라시아대륙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화살촉인 슴베찌르개가 다량 발굴돼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프랑스 등 유럽의 동굴 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물고기 모양의 그림이 새겨진 돌이 발굴돼 흥분을 자아냈다. 이 그림은 지난해 중학교 국사교과서에 유럽의 사례와 함께 실려 그 위상을 짐작케 하고 있다.

왼쪽이 제1지구 유물발굴지역, 오른쪽이 제2지구 유물발굴지역
단양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들

제2지구에서는 삼한시대 대규모 취락터가 확인됐다. 서까래 구조와 벽체를 이루는 나무판자도 불에 탄 채 출토됐다. 문화해설을 담당하는 이해송 선생님은 현장에서 “이 정도 취락이면 삼한시대 하나의 수도였을 규모로 보여 발굴한 교수들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3지구에서도 전기 구석기와 후기 구석기 등 2개 문화층이 확인됐는데 주먹대패, 찍개, 긁개 등이 다량 출토됐다.

이 곳서 발굴된 유물들은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유물들이다. 일본 규슈지방의 유물은 물론 극동지역 유물까지 여기서 한꺼번에 출토되고 있어 선사시대 단양에서 각 지역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학계에서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학술대회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수양개 유물전시관에는 수양개 뿐만 아니라 단양의 금굴유적, 상시 바위그늘유적, 구낭굴유적지에서 발굴된 인골, 하이에나 뼈 등 주요 유물들도 전시해 선사시대의 유물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


지금까지 바쁘게만 뛰어왔던 나에게는 한숨 돌리며 구석기시대 이 땅의 조상들 삶이 어떠했는지를 생생하게 들여다보는 역사교육장으로의 여행이 됐다.

수양개 유물전시관 주소: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산 24-19번지 (전화: 043-420-3372)

글ㆍ사진= 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원시인들의 생활 모습

■ 단양: 단양은 연단조양(鍊丹調陽)에서 따 온 말이다. 연단이란 신선이 먹는 환약을 뜻하며 조양은 빛을 골고루 비춘다는 의미로,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좋은 고장이란 뜻이다.

그래서인지 단양은 일찍이 남한강 유역을 삶의 터전으로 전기 구석기시대(약 70만년 전)부터 인류가 살아온 선사문명의 발상지로 이름값을 하고 있다. 오늘날 그 유물들이 끊임없이 발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선사시대 역사의 주역임이 학술적으로 증명되고 있어 국내외 학계에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단양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소백산을 품고 민족의 젖줄인 남한강 및 충주호를 감싼 청정 고장으로 북쪽으로 강원도 영월, 남동쪽으로 경북 영주와 접하고 있다.

단양읍과 매포읍 등 2개읍과 영춘, 가곡, 어상천, 적성, 단성, 대강면 등 6개 면에 인구는 3만3000여명이 살고 있다. 총 면적의 84%가 산악지대다. 마늘, 고추, 인삼, 송이버슷 등이 특산물로 유명하다.

충북지역에서도 오지로 유명했던 단양은 근래에 들어 중앙고속국도가 생긴 후로 관광의 중심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 수양개와 단양의 다른 구석기 유적지:

△ 수양개는 1983년 충주댐 수몰로 2001년까지 총 8차례 발굴조사를 실시, 중기 구석기시대부터 원삼국시대(기원 전후~300년경) 문화층에서 수많은 유물들이 발굴됐다. 특히 50여곳의 석기제작소가 확인돼 석기를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수많은 석기들이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후기 구석기 문화를 전파하는 경로를 밝혀낼 중요한 유적으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즉 단양이 당시 동북아의 핵심지역임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구석기시대 유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이곳의 유물들이 교과서 역할을 한다.

△ 금굴유적은 단양읍 도담리에 있는 석회암 동굴로 전세계적으로 드문 전기 구석기시대(약 70만년전)부터 청동기시대(약 3000년전)까지의 유물층을 갖고 있으며 석기, 짐승뼈, 조개류, 토기 등이 출토돼 우리나라 선사문화 연구의 표준유적으로 일컬어진다.

△ 상시 바위그늘유적은 매포읍 상시리에 있는 바위 밑 유적지다. 이곳 5문화층에서는 사람의 윗머리뼈 조각, 주걱뼈, 팔뼈와 치아가 발굴된데 이어 하이에나뼈까지 출토돼 당시 열대기후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 구낭굴유적은 가곡면 여천리 삼태산 중턱의 석회암 동굴유적이다. 성인 남자의 발뼈와 호랑이 사슴 등 24종의 동물화석이 나왔다. 사냥과 관련된 유물이 많다. 우리나라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동굴문화생활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적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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