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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문명이 만들어낸 외로운 죽음의 실상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홀로 죽어가는 노인들의 얘기는 이제 가족해체 사회의 표본처럼 인식되는 일본에 국한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빈집에서 죽음이 발견되는 일들이 심심찮게 드러나곤 한다. 인류의 삶의 여정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때를 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외로운 죽음은 점점 늘고 있다.

역작 ‘문명화 과정’으로 잘알려진 사회학계의 거장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통찰이 담긴 ‘죽어가는 자의 고독’(김수정 옮김/문학동네)은 현대인의 삶에서 멀어진 죽음을 가까이 끌어당겨 맨 얼굴을 보게 한다. 엘리아스는 죽음을 살아있는 자와 죽어가는 자의 관계인 사회학적 문제로 본다. 엘리아스에게 문명화는 위생강박으로 나타난다. 특히 위생관념이 생기면서 권력은 살아있는 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죽어가는 자, 늙어가는 자는 회피의 대상이 된다. 외로운 죽음은 바로 이런 ‘문명화’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엘리아스는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며, 친숙하며 평온한 죽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살핀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의 죽음은 친숙하긴 하지만 평온한 죽음은 아니다. 과거에 아이들은 죽음의 장면에 친숙했고 죽음의 의례와 장소는 일상에서 멀지 않았다. 그러나 지옥의 공포, 전염병과 전쟁 등으로 두려움에 내몰렸다. 반면 현대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피하며 죽음과 나를 분리시켜 자신의 불멸성에 대한 환상을 만든다. 따라서 죽음에 당면하는 순간 현대인은 당혹스럽고 두렵다. 이는 노화과정에도 확장돼 노인은 서서히 사회로부터 격리된다.

엘리아스는 이런 회피, 격리가 문명화 과정의 정서와 연결돼 있음을 들여다본다. 즉 수치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죽음은 삶의 뒤편으로 밀려나며 숨김의 대상이 된다.

엘리아스는 죽음을 인간 삶의 총체성 속에 위치시키며 생물학적 사실을 인정하고 타인과 나의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죽음을 둘러싼 환상을 먼저 걷어내고 인간 존재의 유한성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논의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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