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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둥’까지 내다파는 참담한 경영현실
재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혹독하다. 돈 되는 알짜사업을 매각하고, 조직을 쪼개고, 체질까지 바꾸는 생존게임이 한창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과 내수가 얼어붙고 장기 저성장의 먹구름이 까맣게 몰려들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구조조정이지 뼈를 깎아내는 고통 그 이상의 사투다.

수출 견인차인 조선ㆍ철강 등 중후장대형 부문이 그 중심이란 사실이 놀랍다. 재계 서열 17위인 STX그룹은 국내 3위 해운사인 STX팬오션을 매각하고 임원도 20% 감원한다. 동양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동양매직을 내놓고 레미콘 사업은 접는다. 세계 최강 현대중공업도, 난공불락 포스코도, 유동성 좋은 롯데도 사업 축소와 인원 감축에 합류했다. 재계 30위 웅진은 일찌감치 법정관리에 들었고 금호그룹, 동부그룹 등 구조조정은 이미 들불이 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처방 효과가 있는 V자형인 반면, 지금 위기는 경기회복 예측이 안 되는 데다 산업 전반이 해당돼 성장 동력마저 꺼지는 일본식 장기 저성장인 L자형이라는 게 문제다. 일본의 20년 불황은 제조업, 금융 할 것 없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기피한 대가다. 최근 초일류기업 소니ㆍ파나소닉의 국제신용등급 추락 사태는 결코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쌍끌이 전차군단’인 미더운 삼성, 현대ㆍ기아차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최근 취임 20주년 기념식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화두만 남기고 하와이 출장을 떠났다. 오늘날 삼성의 초석이 된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이상의 위기해법과 경영구상이 기대된다. 오는 27~28일에는 전 계열사 CEO(최고경영자)가 1박2일 합숙훈련형 경영 세미나를 갖는다. 이 회장 취임 직후 한두 차례 있을 정도의 일이다. 현대ㆍ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줄일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다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메가톤급 후속조치가 궁금하다.

대한상의 조사 결과 국내기업 10곳 중 6곳이 IMF 위기 이후 15년이 그 이전보다 기업 하기가 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계경기 침체 등 외부 충격, 내수 부진, 정책일관성 부족에 이제는 반(反)기업 정서까지 사회 전반에 확산되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내년 기업 설비투자는 127조원으로 올해보다 1.4%나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투자 위축은 일자리를 벼랑으로 내몰고 협력업체 위기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회생의 묘약일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잘 유도해야 한다.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돈이 은행 대출 상환에 빨려 들어가는 것은 문제다. 빚 독촉을 하며 하이에나 노릇이나 하려 들면 금융권 역시 호되게 당할 날이 머지않게 된다. 금융당국은 완급조절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부는 부채 감소 노력에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수요 창출 등의 정책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성장과 고용 모두 잿빛이 되면 회생 능력마저 고갈되고, 결국 정치권이 합창하는 일자리 천국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새 대통령과 그 정부가 정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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