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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이해준> 관광산업이 신성장동력 되려면
한국인들이 먼저 여행과 스토리를 즐겨야 하며, 그럴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자신은 즐기지 않으면서 외부의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것이 얄팍한 상혼(商魂)과 천박한 상업주의를 부추긴다.



얼마 전 독자로부터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본지에 연재 중인 여행기 중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할슈타트와 관련한 것이었다. 독자들은 자신도 꼭 가보고 싶다거나 팍팍한 생활에 평범한 여행기사가 위안이 된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의 가평이나 청평도 아름답다는 지적이 눈길을 확 끌어당겼다. 그건 필자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독자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바로 답변을 보냈다. 요지는 이러했다. 경기 가평이나 청평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필자의 눈엔 독일 라인강변의 로렐라이 언덕보다도 멋있다. 로렐라이에 들렀다가 기대에 못 미쳐 실망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차이는 로렐라이엔 스토리와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잘츠부르크에도 음악가 모차르트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감동이 있다. 그게 핵심이었다. 가평이나 청평이 세계적 관광지가 되려면 상상력과 로망, 감정을 자극하는 뭔가가 필요한 것이다.

1000만 외래관광객 시대를 맞은 한국이 진정한 관광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관광대국이 될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60년 만에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성공 신화와 그것을 가능케 한 특유의 역동적 문화가 있고, 세계 관광의 큰손인 중국과도 인접해 있다. 1000만 시대를 넘어 한국 관광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저가 패키지 중심에서 고부가 상품으로 전환하고 숙박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여행의 요체는 역사와 문화, 실제 사람들의 삶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를 반영해 지방자치단체들도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한 축제를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아리랑이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자 많은 지자체들이 이를 관광상품화하기 위해 달려드는 것도 이의 중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와 역사를 억지로 갖다 맞추어 주민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지방의 고유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가 필요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가 1000만 관광 시대를 이끈 일등공신임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감동을 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들이 먼저 여행과 스토리를 즐겨야 하며, 그럴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관광이 도로를 건설하거나 공장을 짓듯이 목표를 세워놓고 밀어붙여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신은 즐기지 않으면서 외부의 손님을 끌어들이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것이 얄팍한 상혼(商魂)과 천박한 상업주의를 부추기고, 관광산업을 오염시킨다. 매력적인 스토리와 문화를 만들고 스스로 즐길 때 한국인의 삶이 매력적인 삶이 되고, 더 많은 외국인이 이를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을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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