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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불통형 청와대 공간구조 이젠 바꿔야
청와대 이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발단이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그 이유다. 대신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하고 외국 귀빈 접대 등 의전용으로 쓰겠다고 했다. ‘광화문 집무실’은 원래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다 사퇴한 안철수 씨의 공약이었는데 문 후보가 이어받은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시내 한복판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당장 경호가 문제다. 가령 대통령이 광화문으로 출근하면 청사의 경호 경비를 대폭 강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청사에는 대통령실만 있는 게 아니어서 함께 입주한 다른 부처 공무원들의 불편이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하루에도 수백명씩 드나드는 민원인들의 불편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게다가 대통령이 청사를 오갈 때마다 교통이 통제되고 가뜩이나 복잡한 광화문 주변 도로는 그때마다 심각한 체증을 유발할 게 뻔하다. 그 북새통의 불평과 불만을 대통령이 다 뒤집어쓸 판인데 감당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도는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공약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권위적인 지금의 청와대 공간 구조는 분명 손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동이 너무 멀어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이 보고를 하려면 차량을 이용해야 할 정도다. 미국 백악관처럼 대통령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수시로 참모들의 방을 찾아 현안을 협의하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환경 때문에 권위를 벗고 소통하는 민주적 대통령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 모두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대통령만 해도 취임 1년이 지나자 대통령과 비서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논의를 했지만 정치적 부담감과 예산 문제로 손을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나홀로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공간을 효율적인 소통형 구조로 바꾸는 데 국회가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본관을 개조하든, 비서동을 더 가까이 새로 짓든 청와대 공간 재구성에 정치권이 함께 연구하고 예산 집행에 협력하라는 것이다.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부터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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