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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문창진> 출산영향평가제 도입 시급하다
20년후 생산가능인구 OECD최저
저출산, 재정지원만으론 한계
여성 친화적 육아·승진 등
법적·제도적 지원 재정비해야



지난 11월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장기 성장 전망’을 통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2011년 72.5%에서 2060년 52.3%로 낮아질 것이며, 그 결과 2031~2060년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조사 대상 42개국 중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낮은 연평균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단군 이래 최고의 전성기에 있는 한국이 앞으로 20년도 못 가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생산가능인구 비율의 감소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한국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그 변화의 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들과 국제기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는 위기 중의 위기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인구 구조가 점차 역삼각형이 되고, 어느 순간에는 인구가 소멸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대로 가면 약 300년 후에는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는 불길한 인구학적 추계도 나와 있다. 저출산이 가져올 사회ㆍ경제적 파장은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직장 여성들을 위한 사내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자녀를 낳을 때마다 월급을 올려주는 회사도 등장했다.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무상 보육, 무상 교육 등을 통해 국가가 자녀양육비용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출산율은 그 특성상 단기간 내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출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정부가 1960년대 초에 가족계획 사업을 도입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목표출산율인 2.1명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 번 떨어진 출산율을 다시 올리려면 그보다 몇 배 더 힘들고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참고 기다리며 긴 호흡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 예산만 대폭 늘린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회 각 부문이 힘을 합쳐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 문제를 풀어줄 으뜸 공신은 출산 친화적인 사회제도다. 육아의 짐을 여성에게만 떠맡기는 사회적 분위기, 출산 여성이 승진과 보직에서 차별받는 직장문화,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은 무엇보다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장애 요인들이다. 사회 전체가 출산 친화적이 되지 않으면 쏟아붓는 보육료 지원만으로 그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따라서 세제, 금융, 주택, 교육, 보건, 복지, 고용, 국토 개발, 교통, 문화 정책 등의 공공 정책이 결혼, 출산, 자녀양육에 우호적인지 아닌지를 면밀하게 따져보는, 이른바 ‘출산영향 평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평가 결과를 토대로 출산 친화적인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법적ㆍ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자녀양육 부담을 덜어줄 정부의 재정 지원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보육료 지원예산을 꾸준히 늘려왔고 보육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취학 전 아동의 보육 및 교육 투자는 스웨덴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동 보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아동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아동양육지원기금 또는 아동양육특별세의 설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 양극화, 일자리 부족 등 오늘의 현실이 여러모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풀어야 할 과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해서 닥쳐올 저출산의 위기를 외면한다면 오늘만 살고 내일은 살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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