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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년 전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 담긴 패티김의 애정
47년 전 패티김의 꿈을 김선영이 이어받았다.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이라 불리며 지난 1966년 초연한 ‘살짜기 옵서예’에서 기생 애랑 역을 맡은 패티김과 내년 2월 공연되는 7번째 ‘살짜기 옵서예’의 애랑 김선영, 두 사람이 함께 만났다.

지난 10일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있었던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패티김은 지난 40여년 전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살짜기 옵서예’는 한국 최초의 창작극이기도 하지만 저한테는 뜻이 있던 작품이었어요. 연습할 때 난롯불 켜놓고 물 끓여서 마시고 그 때 굉장히 고생했어요.”

말을 꺼내자마자 연습때 너무 추웠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고 소회했던 패티김. 처음 그가 뮤지컬을 하게 됐던 건 1963년 미국에 건너가면서부터다. 솔로가수를 하기 위해 미국에 건너갔지만 그를 맞았던 건 인종차별과 이방인으로서의 설움이었다.


“저도 라스베가스에 가기 전까지 키도 크고 노래도 잘한다고 자신만만해 했었는데 저보다 키가 10㎝는 더 크고 노래도 잘하고 체격도 좋은 사람들이 많아 솔로가수론 굉장히 힘든 시장이라고 깨달았죠.”

패티김은 라스베가스를 떠나 뉴욕에 자리잡으며 쇼 뮤지컬을 접한 뒤 뮤지컬에 흥미를 갖고 오디션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당시로서도 동양인이 설 수 있는 뮤지컬은 한정적이었다.

“동양인이 설 수 있는 뮤지컬이 ‘왕과 나’, ‘남태평양’, ‘플라워 드럼 송’ 등 3가지 정도였어요. 동양 사람은 주연은 감히 생각 못하고 중국인 하녀 역할을 해야 했죠.”


오프 브로드웨이의 ‘플라워 드럼 송’에 캐스팅되고 뮤지컬, 솔로가수 등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가 돌연 한국에서 ‘살짜기 옵서예’를 공연하게 된 건 1966년 2월 어머니가 위독해 잠깐 한국에 들어오면서였다. 꿈과 희망을 품고 간 미국이었지만 매니저에게 두 달 간 허락을 받고 한국을 찾았다.

“햇수론 4년을 부모형제와 떨어져 살았으니 뉴욕 핫슨리버에 제가 흘린 눈물도 많을 거예요.”

5년 간 미국에서 활동하기로 계약했지만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작곡가 길옥윤을 만나며 그의 인생도 변했다. 히트곡 ‘4월이가면’도 그렇게 나왔다. 귀국하며 여기저기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출연 섭외가 왔고 그는 “‘여기가 내가 서야 할 곳이다’ 란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남산드라마센터에서 4개월을 고생하며 연습했어요. 모두가 처음이었고 예그린이란 악단 자체도 처음이었거든요.”

예그린 악단이 1966년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공연한 ‘살짜기 옵서예’는 당시 한국뮤지컬 역사로선 획기적인 작품이었고 대규모 캐스팅과 스탭진으로 많은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1966년 ‘살짜기 옵서예’는 7회 공연 만에 1만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남녀 수십명이 무대에 서서 노래하면서 춤추는 건 다른 외국 뮤지컬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어요”라고 회상한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티켓이 없어서 암표 장사가 있을 정도로 표가 매진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받았었다고 했다.

패티김의 애랑이는 어땠을까. “애랑이를 제가 만들었을 거예요. 성격이 활발하고 자존심이 강하고 이런 건 비슷해요. 애랑이에 제 자신을 비춘 거죠”라고 했다. 교태스러움은 없지만 당당하고 자신있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그다.

하지만 첫 공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시민회관에서 공연한 ‘살짜기 옵서예’는 미국 존슨 대통령이 방문하며 연설할 장소가 없어 일주일을 더 연장할 수 있었지만 닷새째 막을 내리게 됐다.

뮤지컬에 대한 열정은 계속 남아있었음에도 그는 가수활동에 매진하느라 뮤지컬 출연의 기회가 많진 않았다. 신상옥 감독이 언젠가 징기스칸을 뮤지컬로 만들며 황후 어머니 역할을 시키고 싶다고 했지만 2006년 작고했다. 그런 열정과 애정이 남아있던 까닭인지 패티김은 그의 히트곡을 모아 아바(ABBA)의 노래를 모은 ‘맘마미아’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 완성되면 공연 말미에 살짝 노래를 한 소절 부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내년 2월 공연되는 ‘살짜기 옵서예’에 대한 기대도 크다. “공연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현대화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많이 된다”던 그는 47년 만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애랑 역의 김선영에게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애랑이는 굉장히 도도하고 자신이 자존심 강한 여자예요. 남자 홀리는 끼가 있는 여자죠. 요염한 자태를 보여줘야 할 거예요.”

대선배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던 김선영은 “개인적으로 메릴 스트립과 패티김 선생님을 존경한다”며 “66년 초연할 때 열정적이고 아름다웠을까가 상상이 돼서 그걸 좀 닮고 싶어서 기대가 크다”고 기대에 부풀었다.

김선영은 “60년대에 뮤지컬을 이렇게 세련되게 올렸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고 했다. 2013년에 작품을 올리려는 제작진들의 마음까지 소중히 여기는 그는 “40년 전에 올린 작품이 어떤 그림이 그려질 까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배비장전’을 소재로 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내년 2월 16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자료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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