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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원작 두편 ‘리어외전’ ‘십이야’ 로 새롭게 각색… 유쾌한 비극 · 낭만음악극으로 연말 가족관객에 웃음 · 감동 선물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웅장한 느낌, 비장미가 넘친다. 햄릿과 맥베스, 리어왕이 죽음을 맞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이만큼 처절한 장면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400여년 전의 셰익스피어가 지금을 산다면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연극 ‘리어외전’과 음악극 ‘십이야’는 셰익스피어가 가졌을 만한 질문들을 지금 이 시대의 개성 넘치는 작가의 시각과 연출력으로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발칙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이들 작품은 눈물보다 웃음이 더 많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원작과는 조금 다른 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연출가의 참신한 상상이 가득 담긴 산물이다.

연말을 맞아 12월 한 달, ‘리어외전’과 ‘십이야’는 연말 관객을 즐겁게 만들 웃음과 함께 나름의 감동도 전할 예정이다.

▶‘리어왕’이 리어카를 끈다고… 유쾌한 비극 ‘리어외전’=극공작소 마방진의 고선웅 연출이 펜을 들었다. 그가 이번에 해체하기로 한 작품은 다름 아닌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지킬앤하이드’ 등 뮤지컬 작품을 진지하게 각색하고 지난해 연극 ‘푸르른 날에’에서 사실적이고 충격적인 묘사로 주목받기도 했던 그가 이번 작품에선 그동안 가지고 있던 내면의 위트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십이야’는 작품에 해설자가 참가해 진행하는 독특한 형식의 음악극이다. 셰익스피어 스스로도 가볍게 만든 만큼 가벼운 상황적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

평소 유쾌한 게 좋고, 작업도 그래야만 한다는 철학을 가진 고 연출은 ‘칼로막베스’ ‘성인용 황금박쥐’ 등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머가 넘친다. 자칫 심각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제목의 ‘리어외전’은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 ‘리어왕’이 가진 비극적 결말 그대로 끝을 맺지만, 극은 내내 즐거움으로 가득할 예정이다.

그는 “지금이 2012년인데 ‘리어왕’을 비극으로만 풀기엔 조금 걸리는 게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비극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해석도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오락적인 요소가 들어간 비극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고 연출이 만든 리어왕은 왕위와 재산을 탐하는 딸들에게 버림받고 리어카를 끌며 유기노인수용소에 갇히는 왕이다. 왕이지만 나이 든 노인임을 생각하면 자식들이 공경해야 할 대상임엔 분명하다. 고 연출이 생각한 것은 연말 가족 간의 사랑과 부자유친 같은 덕목. ‘리어왕’의 담론이 이 시대와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한국전쟁과 경제 개발을 겪은 어른들의 이야기, 노인에 대한 경장 사상 같은 소재들이 그가 ‘리어외전’에 담고자 했던 것들이었다. 고 연출은 “고전 속의 주제, 미덕을 어떤 형식으로 전했을 때 진부하지 않고 편안하게 관객들이 이야기에 동화돼볼 수 있을까 고민해 환경을 재창조하다 보니 현대적 요소들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극의 유쾌함에 어울리게 등장인물들도 조금씩 재구성했다. 리어왕은 젊고 힘이 넘치는 인물로, 막내딸 코딜리어는 밝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렸다. 맏사위 올바니는 티베트 승려를 꿈꾸는 사람, 둘째사위 콘월은 깡패 같은 인물, 셋째사위 에드거는 미싱질하는 사람이다.

리어왕이 막내딸 코딜리어를 안고 울부짖으며 죽음을 맞는 멋진 삽화와 결말을 상상했다면 조금 곤란하다. 큰딸 거너릴이 둘째딸 리건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결말은 리어왕이 거너릴과 리건을 손수 죽이고 자살하는 결말로 변했다. 리어왕이 스스로 자신의 허물들을 마무리하는 것이 깔끔하다는 것이 고 연출의 생각이다.

“부모자식 간의 배려심을 가져보자”는 고 연출의 메시지가 담긴 오락비극 ‘리어외전’은 다음달 12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듯 김관 연출이 만든 낭만음악극,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셰익스피어의 원작 ‘십이야’는 ‘리어왕’과 달리 웃지 못할 상황들에 빠져 난관을 헤치고 젊은 남녀가 사랑에 성공하는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이다. 김관 연출은 이 작품을 음악극 형태로 재구성하고 해설자가 개입하는 형태로 새로 꾸몄다.
보통 연출자의 목소리는 작품 속에서 배우와 대사에 의해 녹아들지만 이 작품은 마치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만든 일부 영화처럼 작품에 해설자가 직접 개입한다.

강동아트센터 개관작으로, 지난해 11월 초연한 김 연출의 ‘십이야’는 가족 관객을 위해 고전의 어려움을 탈피하려고 했다. 그는 “관념적인 대사를 축소하고 연출자라는 배역이 등장, 그가 해설을 해주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결정적으로 제가 노래를 못하니 배우를 연출자로 만들어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나가는 방식으로 극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해설자의 역할은 이야기꾼으로 극과 관객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 관객이 입장하기 전부터 무대를 지키며 배우가 아닌 것처럼 관객과 이야기하고 광대 역할을 하기도 하며, 가벼운 웃음을 전달하는 전도사가 된다.

‘십이야’란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도 셰익스피어가 가볍게 쓴 이야기이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데리고 와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작품이 낭만음악극이라는 카피를 달게 된 건 원작이 가진 6개의 시 때문이다. “사랑 얘기에 음악이 빠지면 안 되죠”라며 음악을 강조한 그는 “이 작품은 영국의 마당극”이라고 했다. 전통 마당극과 비슷한 점을 찾았기 때문에 음악과 드라마의 융합을 꾀한 것. 셰익스피어의 시는 전부 개사했다.

김 연출은 작품을 만들면서 현대화에 대한 의식은 크게 하지 않았다. 그저 요즘 사람이 만드니 요즘 작품이 된다는 것. 그는 작품 전반에 웃음 코드가 숨어 있다며 “극을 만드는 사람은 배우나 스태프이지만 극을 완성하는 사람은 관객”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의 낭만을 전할 작품 ‘십이야’는 다음달 6일부터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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