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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영상> 선거 여론조사
야권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 문제가 안철수 후보의 자진 사퇴로 매듭지어졌다. 지난 9월 안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는 그야말로 핫이슈였다. 미디어는 경쟁하듯 이와 관련된 뉴스로 지면과 시간을 채웠다. 전문가도 별별 해법을 다 내놓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으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고 그들이 느슨하게나마 정한 11월 26일이 다가오면서 단일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맹렬하게 진행되었다. 막판엔 시간이 촉박하니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자는 엉뚱한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설문문항, 방법, 대상을 두고 양측이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자진 사퇴’라는 찜찜한 결정으로 매듭지었다. 아무튼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0여년 전부터 여론조사는 선거 판세나 결과를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거보도의 고질병인 경마식 보도를 치장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여론조사는 현상을 설명하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정교하게 준비한다면 결과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사회현상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는 후보 간 순위를 알려주기 때문에 결정을 미룬 유권자가 마음을 정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선 이를 침묵의 나선형이라고 부른다. 또 하나는 선두에 선 사람을 부각시킴으로써 반대편에 섰던 유권자까지 그에게 쏠리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선전 선동 이론에서 이를 밴드왜건 효과라고 부른다. 또 열세에 놓인 후보에 초점을 맞춰 유권자의 연민이나 감성을 촉발하거나 강자에 대한 견제심에 호소해 결과를 뒤집는 언더독이란 것도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여론조사가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표본추출이나 조사방법, 시기, 질문문항 등에 따라서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선거 캠페인에서 가장 활발하게 여론조사를 이용하는 미국에서도 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 낙선 예측, 40년대 투르만 대통령 낙선 예측 등 터무니없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도 숱하게 많은 조사를 했지만 정확한 예측은 손꼽을 정도다. 출구조사까지 빗나간 것을 보면 여론조사가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렇기 때문에 여론조사 보도에는 조사기관, 방법, 오차범위, 신뢰도 등 조사의 타당성이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는 조작도 가능하고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결과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선거전략을 고치거나 캠페인 향방을 조정하는 참고 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다는 것은 시쳇말로 말도 웃기는 얘기다.

안 후보의 결정으로 자칫 웃음거리가 될 법한 후보선정 방식은 피했다. 바늘허리를 매어 쓰는 억지를 보지 않게 돼 다행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과 함께 여론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다. 제발 검증하고 분석하고 판단력을 키울 수 있는 그런 조사가 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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