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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울 우리 아이 기침…유령개미와 불편한 동거 탓?
박테리아·곰팡이 몰고다녀 수막염·호흡기 질환 등 유발 분비물은 아토피·천식 원인되기도 여러 여왕개미 서식 방제 어려워 물 사용 잦은 하수구 관리 철저히 음식물 찌꺼기 그때그때 치워야
서울의 한 주택에서 세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주부 정모(35) 씨는 하루 종일 쓸고 닦는 게 일이다. 아이가 먹다 흘린 조그마한 과자 부스러기에 어김없이 몰려드는 개미 때문이다. 평소엔 좀처럼 보이지 않다가도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여지없이 개미떼가 출몰한다. 심지어 간식을 먹고 잠든 아이의 입 주변에 남은 단맛에 끌려 얼굴에 달라붙을 정도다. 한여름엔 모기와 날파리에 시달렸다면 쌀쌀한 날씨가 본격화한 요즘엔 집안으로 몰려드는 개미 탓에 골치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특히 최근엔 기존의 애집개미(불개미)보다 퇴치가 힘든 유령개미가 급증, 각종 질병 위험마저 높이고 있다.
▶불개미보다 무서운 유령개미=유령개미는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이 마치 유령이 흐느적거리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몸통과 다리가 반투명에 가까워,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특성도 기분 나쁜 이름을 갖게 된 이유다. 때문에 어떤 음식물을 섭취했느냐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한다. 포도주스를 마시면 보랏빛으로, 딸기주스를 먹으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평균 크기는 1.3~1.6㎜로 매우 작지만 보통 수천마리의 일개미가 함께 모여 살기 때문에 혐오감이 크다.
보통 한 마리의 여왕개미가 여러 일개미를 거느리는 다른 개미와 달리, 유령개미는 한 서식처에 수십마리의 여왕개미가 있어 한번 침투하면 좀처럼 퇴치가 어렵다. 또 생존력도 매우 강해 집안 내부의 틈새에 서식처를 짓고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한다. 생활환경기업 세스코가 올해 초부터 지난 9월까지 유령개미 수치를 추적ㆍ관찰해 온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불개미는 45.2%가 줄어들었다.
▶쌀쌀한 날씨에 더욱 극성 =유령개미는 물을 좋아하는 습성 탓에 습기와 먹이가 충분한 여름철에는 집안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점차 건조해지면서 쌀쌀해지는 가을이면 물을 찾아 실내로 들어온다. 주로 단백질이나 당류를 찾기 때문에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 음료 등에 몰린다. 또 개수대나 그 주변 등 물 사용이 잦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유령개미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미 한 마리엔 수막염이나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는 박테리아 16종, 곰팡이성 육아종 등 곰팡이류 6종이 달라붙어 있어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개미에게 물린 부위를 간지럽다고 아이가 자꾸 긁는 탓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또 개미의 분비물은 아토피와 천식, 비염 등 호흡기 알레르기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승환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개미 배설물 등에 의해 간지럽거나 피부가 일어나는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나타나면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개미=유령개미는 외부에서 집안으로 들어와 서식처를 마련하므로 초기에 유입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택배나 대형마트 쇼핑 등으로 집안에 종이상자를 들일 경우 보관하지 말고 그때그때 버리는 것이 좋다. 하수구나 개수대 배수구 등은 트랩덮개 또는 촘촘한 철망으로 덧대어 주면 개미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집안에 음식물이나 쓰레기 등에 대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 발생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령개미가 집안으로 침투했다면 방제에 나서야 한다. 유령개미는 여러 여왕개미가 서식하므로 방제가 힘들고 먹이약제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 가지 약제가 아닌 여러 종류의 먹이약제를 사용해야 박멸 효과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선 주요 서식처와 그에 딸린 여타 다른 서식처를 찾아 직접 방제조치를 취해야 한다. 서식처를 찾지 못한 채 몇몇 보이는 유령개미를 없애 봐야 소용 없다. 벽면 틈새 등 시설물을 보완해 추가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데도 신경써야 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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