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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동의 귀환과 예능판도 변화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강호동의 복귀 바람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1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SBS ‘스타킹’을 시청률 1위로 올려놨다. 지난 10일 ‘스타킹’은 전국 시청률 16.2%를 기록하며 MBC ‘무한도전’(12.7%)을 크게 앞질렀다. 물론 1년 만에 TV에 얼굴을 내비친 강호동 개인에 대한 관심이 프로그램 시청률을 올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강호동이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하고 한자릿수 시청률에 그치고 있던 ‘스타킹’에 큰 활기를 불어넣은 건 사실이다.

강호동이 연예인들과 함께하는 예능보다 일반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스타킹’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방송에 능숙한 연예인과 말장난 개그를 하기보다는 방송이라는 환경 자체가 낯선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할 일이 있다고 믿었다.

강호동의 진가는 현장에 강하다는 데 있다. 사무실에서 적용되는 논리와 실제 현장에서의 그것은 차이가 있다. 강호동은 한마디로 ‘현장소장형’ 지휘자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분위기를 띄우고 방송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참가자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게 한다.


이날 첫 번째 손님으로 등장한 ‘리틀 싸이’ 황민우 군은 2년 전 ‘스타킹’이 배출한 스타다. 강호동이 낯설지 않은 민우 군은 강호동의 양 볼을 잡아 돌리는 흔치 않는(?) 장면을 연출했다. 강호동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강호동은 이날 마지막 무대에 등장한 발달장애를 가진 천재 피아니스트 민수 군과 함께 출연한 어머니가 감격에 겨워 눈물만 흘리자, 뒤에서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강호동은 일반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예능MC다. ‘1박2일’에서 지방에 다녀보면 시골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는 바로 ‘호동아’ 하고 악수를 하거나 껴안는다. 이승기는 귀엽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친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강호동은 세금 논란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방송에서는 정말 잘나갔다. ‘스타킹’에서 ‘만남’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부른 그는 “앞만 보고 달려왔으면 보지 못했을 것을 볼 수 있었다. 멈춰서 생각하면서 옆과 뒤를 둘러볼 수 있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한 시간이었다”면서 “예전에는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했다. 공백기를 가지면서 결과에 관계없이 이 무대에 서 있는 자체만도 나에게는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호동은 11월 말 다시 문을 여는 MBC ‘무릎팍도사’에서 다시 강호동표 토크쇼를 선보이며 예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그가 메인 MC로 나섰던 ‘무릎팍도사’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비(非)연예인으로 게스트의 외연을 넓힌 토크쇼다. 안철수를 성공한 벤처기업가에서 ‘국민멘토’로 느낄 수 있게 해준 곳도 ‘무릎팍도사’다. 큰 반향을 이끌어낸 게스트는 산악인 엄홍길, 발레리나 강수진, 오지탐험가이자 국제봉사자인 한비야, 문화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유홍준, 피겨여왕 김연아, 주병진, 고현정 등 결코 적지 않다.

‘무릎팍도사’는 MC가 의뢰자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도사 콘셉트이어서 다소 무례한 행위도 용납되는 ‘변칙 토크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강하고 독하게 나가는 대신 게스트와 ‘밀당’을 하며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강호동과 ‘건방진 도사’ 유세윤의 추임새는 토크쇼에 차별화와 내실을 불어넣어 줬다. 게스트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게스트의 삶 속에 있는 진솔한 모습도 드러났다.

하지만 ‘무릎팍도사’가 없어진 1년 동안 그 지분을 ‘힐링캠프’와 ‘승승장구’가 조금씩 흡수한 상태다. 특히 ‘힐링캠프’는 게스트를 한 단계씩 깊이 있게 탐구해나가는 인터뷰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렇게 변해버린 토크쇼 생태계에서 강호동이 또 어떻게 토크쇼 강자가 될 수 있을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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