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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멋진 벤츠 클래식카가 먹으로 그린 수묵화라고?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모노톤의 검은 화면에 멋진 클래식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아름드리 고목 사이에 주인공인냥 위치한 자동차는 고목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듯 장중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다. 그것도 유화가 아니라, 먹으로 그린 동양화다. 젊은 작가 장재록(34)은 면(棉)위에 동양의 수묵으로 고급 승용차와 대도시 풍경을 그린다. 무심하게 작품을 본 사람은 ‘사진이군’하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먹 특유의 번짐효과를 살린 모노톤의 어두운 자동차 그림을 그려온 장재록이 8일부터 서울 통의동 갤러리 아트사이드(대표 이동재)에서 ‘가속의 상징(Memento of Momentum)’이란 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도 그에게 유명세를 안긴 자동차 수묵화가 여러점 나온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고급자동차 대신, 벤츠 클래식카 등 앤틱카를 주로 그려 검은 분위기 속 자동차의 멋이 더 각별하게 살아났다.


작가는 이번에 작업의 영역을 보다 확장했다. 수묵화 외에 설치, 영상작업도 시도한 것. 아트사이드 지하 전시장에는 ‘Heart(심장)’라고 쓰여진 육중한 시멘트 큐브가 철골 구조물에 매달려 있다. 8톤에 이르는 시멘트큐브 한쪽은 깨져 있다. 그 사이로 자동차 엔진이 보인다.

이 작품이 위치한 전시장 옆에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망치와 드릴로 시멘트 큐브를 깨뜨리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작가는 마치 유적 발굴단이 발굴작업을 하듯 커다란 시멘트 덩어리를 파내가면서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엔진을 드러내 보인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듯 그 역시 자동차에게 엔진은 인간의 심장과 같다고 본다. 심장이 인간에게 생명의 상징이라면 자동차 엔진은 현대사회의 ’에너지 상징’이라고 보는 것. 


마치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뜨거운 심장을 찾아내듯, 그는 자동차의 엔진을 거대한 시멘트 덩이 속에서 건져내며 이 시대 모두가 열망하는 ‘에너지와 속도’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전시에는 또 철골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교각을 주제로 한 평면작업과 드로잉도 나온다. 총출품작은 20점.

작가는 먹을 이용해 자동차를 그리는 것에 대해 “오래 전부터 자동차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자동차는 남성적 욕망과 속도감의 상징이라 더 끌린다. 현대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산물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은가”라며 “내가 수묵화를 아무리 잘 그려도 겸재 정선이나 허백련보다 잘 그릴 순 없으니 나만의 영역을 찾으려 한다. 앞으로 여러 영역에 도전하겠지만 그래도 주된 작업은 역시 수묵화”라고 했다. 전시는 29일까지 열린다. 02)725-102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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