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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계, 비밀도 사생활도 없다
한성주의 사생활 동영상, 서태지와 이지아의 결혼 및 이혼 사건이 세상을 발칵 뒤집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증권가 찌라시에서 시작해 언론 보도로 확대되고, 이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관련 정보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두 사건은 연인관계의 청산과정에서 당사자가 사생활을 폭로한 사례다. 그 결과 대중에게 각인돼 있던 스타의 이미지의 허상이 한꺼풀 벗겨지고 말았다.

치기어린 해커와 호기심 충만한 팬들에 의해 스타의 사적 영역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일은 숱하게 많다. 보아, 곽현화, 유진, 아나운서 박지윤은 미니홈피나 이메일이 해킹 당해 지극히 사적인 사진이 인터넷에 떠도는 난처한 일을 당했다. 심지어 매니저에게 사진 및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사례도 있다.

때로 갈등 관계에 놓인 연예인이 다른 연예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기도 한다. 김병규는 이병헌을 향해 사생활까지 깍아내리곤 한다. 한 남자 개그맨은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A급 여배우와 사귀었다고 공공연히 자랑하는 등 예능프로그램은 자의, 타의로 인한 사생활 폭로의 장으로 변질되곤 한다.

연예인이란 상품의 진짜 속내가 궁금한 대중의 관심 때문에 연예인 사생활은 끊임없이 폭로되고 유통, 소비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이 좋은 소식보다 부정적인 소식에 더 민감하고, 늘상 소식을 접하는 이들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심리는 진화론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당연한 인간 본성”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같은 집단주의 문화 속에선 비밀이나 흉을 공유하려 든다”고 설명했다.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 잡으려는 ‘사생팬’이나 안티팬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 사례는 앞으로 줄어들 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곽 교수는 “흉내내고, 더 큰 자극을 주기위해 더욱 더 엽기적인 행각을 하는 ‘모방상승효과’가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엔 사생활 노출이 해당 연예인에게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사생활 폭로가 범람 수준에 이르러, 그 강도나 파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사회 전반적인 사생활 노출 둔감증을 꼬집었다. 그는 또 “연예인이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위기의식을 느낄 때 ‘블랙마케팅’ 차원에서 스스로 폭로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예능프로그램은 본인 또는 타인의 사생활 공개의 장이 된지 오래다. 타인 폭로의 경우 수위는 더욱 세졌다. 평이한 내용으론 언론의 주목을 사기 어렵다. 이런 마케팅이 빈번해져 사생활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찾기 어려워졌다. 한 매니지먼트 기획사 대표는 “요즘엔 워낙 소문이 빠르고 감춰지지도 않는데다 신비감 보단 친근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더 좋아하는 시대여서, 관심을 살 만한 사생활은 투명하게 공개한다. 공개 시기가 문제가 될 뿐 공개 자체를 꺼리는 연예인은 요즘엔 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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