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테마있는 명소] 무주 적상산-여인의 붉은치마 만큼 아름다운 산
[헤럴드경제=남민 기자]2012년 가을도 이제 끝물이다. 때마침 7일은 겨울로 들어가는 입동(立冬)이다.

일상에 쫓겨 단풍놀이를 즐기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 ‘마지막 손님’을 반겨줄 산을 찾아보자. 가을에 유난히 이름값하는 무주 적상산. 단풍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산이다. 오죽하면 고려말 최영 장군이 이 산의 붉은 단풍에 감탄해 ‘여인의 붉은 치마와 같이 아름답다’고 했을까. 그의 이 한마디로 붉을 적(赤), 치마 상(裳) 자를 쓰게 됐다고 한다.

적상산은 한국 100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산이다. 산을 오르는 길목에서 보는 단풍은 그 빛깔이 참으로 곱다. 노란빛은 노란빛 대로, 붉은빛은 붉은 빛 대로 색상이 깔끔하면서 너무 곱다. 앙증맞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해발1034m로 우뚝 솟은 산 사면이 층암절벽의 요새다. 사방이 확 트인 정상에선 남쪽의 덕유산은 물론 진안 마이산의 봉우리도 시야에 확 들어온다.

적상산의 대명사는 단풍이다. 덕유산의 그늘에 가려있지만 단풍때 만큼은 덕유산과 맞짱 뜰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적상산은 실은 덕유산의 명성에 가려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덕유산국립공원 내에 있으면서 무주읍과 덕유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데 무주하면 덕유산으로 대변되다 보니 덕유산의 그림자에 서 있는 모습이 됐다. 게다가 근처에 무주리조트, 무주구천동계곡 등 내로라하는 명소들이 즐비하니 그저 험한 산새에 묻혀 국태민안에만 몰두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산세가 험해 쉽게 오르는 걸 허용치 않았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천혜의 요새로 국난이 있을 때 마다 백성을 구해준 중요한 산이다.

적상산에 오르는 길은 크게 3갈래가 있다. 북쪽의 북창코스와 서쪽의 서창코스, 남쪽의 치목코스다.

적상산 북창마을 쪽에서 오르다 보면 천일폭포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북쪽을 향해 나무사이로 펼쳐진 광경이 절경이다.

요즘도 산은 구절양장(九折羊腸)의 관문을 거쳐야 정상으로 인도한다. 북창에서 진입해 정상에 다달을 쯤 작은 터널을 지나면 찻길 정면에 거대한 성벽 같은 축대가 나타난다. 검은돌을 촘촘히 쌓아올린 거대한 석벽이다. 산성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호수 둑이다. 적상산 정상 분지의 작은 호수(적상호)다. 호수라기 보단 상부양수발전댐이다. 야간에 저렴한 전력으로 하부저수지 물을 끌어올려 발전용으로 사용한다. 348만톤의 이 물로 약 7시간 발전할 수 있는데 전라북도 전체가 3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이란다.

호수 바로 옆엔 적상산사고(赤裳山史庫)가 있다. 이 사고는 북방의 후금 세력이 커지자 안전을 위해 묘향산사고에 보관하던 왕조실록을 이곳에 실록각을 건립하며 옮겨왔다. 1614년 광해군 6년때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총 25대에 걸친 472년의 조선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분량이 888책(1893권)이다. 1973년 국보 제151호로 지정됐고 199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천일폭포. 가운데 패인 부분이 폭포다. 물이 없어 아쉬웠다. 오른쪽 바위가 대신 위로해줬다.

적상산하면 안국사(安國寺)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안국사는 적상산사고와도 밀접한 사찰이다. 절 이름에서부터 배어나오듯 나라를 지켜온 사찰이다. 고려 충렬왕 3년인 1277년에 월인 화상이 창건했다. 광해군이 사고를 지으며 사찰을 증축했는데 이 사고를 지키던 수직승들이 이 사찰에서 기거했다. 이후 1771년 영조 47년에 법당을 다시 지으며 안국사라 불렀다.

그러나 1989년 양수발전소 댐 건설로 절이 수몰지역에 포함되자 원행스님이 산 정상 쪽 호국사지였던 현재의 터에 안국사를 옯겼다.

안국사는 드물게 일반인 차량을 절 마당까지 주차를 하게 해준다. 절 인심이 후덕하다. 퍽 인상적이었다.

청하루를 지나 앞마당으로 올라가면 단아한 모습의 극락전이 적상산 정상을 배경으로 남쪽을 향해 있고 바라보는 이의 왼쪽에는 천불전과 성보박물관이, 오른쪽에는 지장전과 범종각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천불전은 원원록을 봉안했던 적상산사고의 건축물로 현존하는 유일한 사고의 모습이다.

적상산 정상 부근에 자리잡은 안국사 극락전. 해발 1000m 근처에 자리잡았다.

극락전은 ‘인욕바라밀’ 학이 단청을 했다는 유명한 학단청 설화를 알 수 있듯이 오른쪽 창방 쪽에는 단 하루분량의 단청할 목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성보박물관에는 세계 각국의 불상과 탱화, 불교유물과 도자기 등 500여점 이상을 전시하고 있다.

절 앞쪽 경사지에는 적상산성이 있다. 작은 돌들로 층층이 쌓아 둘러쳐져 있다. 높이가 1m 안팎이어서 다소 초라한 느낌을 주지만 성 밖은 가파른 절벽이어서 1m로도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극락전 마당에서 왼쪽 범종각과 오른쪽 청하루 지붕 사이 저 너머 멀리 덕유산의 준봉들이 그림 처럼 아름답다.

절 뒤쪽에 1034m의 기봉이 있으며 천길 낭떠러지 암벽으로 이뤄진 안렴대가 있다. 절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닿는다. 이 산은 또 북쪽으로 향로봉(1029m)과 서쪽 서창마을 방면에 장도바위가 유명하다. 최영 장군이 산을 오르다 큰 바위가 길을 막고 있자 큰 칼(장도)로 내리쳐 길을 냈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니 재밌긴 하지만 왠지 전설 속의 이야기로만 새겨둬야 할 것 같다.
 
적상산 아래 무주호의 전경. 가운데 작은 섬이 있어 더 정겹다. 가을의 운치가 넘치는 풍경.

적상산은 이외에도 적상호 맞은편에 전망대가 있어 호수를 한바퀴 산책하듯 걷는 것도 좋다. 10분 정도면 돌 수 있다. 이 둥근 통 모양의 알록달록한 전망대에 오르면 또다른 주변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 덕유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고개를 내밀어 반가이 맞는다.

적상산에선 때가 맞으면 폭포의 장관도 즐길 수 있다. 북창코스로 오다보면 요금받는 곳에 천일폭포가 있다. 폭포 주변 바위도 인상적이다. 또 안국사에서 동남쪽 방향엔 송대폭포도 있다.

천일폭포 아래쪽 적상산 중턱엔 무주의 명물인 머루로 만든 와인동굴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양수발전소의 작업터널로 쓰던 곳을 개조해 무주머루와인을 보관, 판매하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270m 길이의 땅굴 속 여행도 좋다. 머루 와인과 머루쥬스 그리고 무주의 특산품도 판매하고 있어 관광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적상산을 내려와 무주구천동 방향으로 달리면 곧바로 무주호가 나온다. 이곳 역시 양수발전하부댐으로 조성돼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호수와 함께 주변 경치가 무척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suntopia@heraldcorp.com


천일폭포에서 북창마을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무주 머루와인 동굴이 나온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