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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하, “연극배우 첫 연봉 20만원, 작년엔 평생 번 것보다 더 벌어”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꽃미남같은 중년이라고 ‘꽃중년’. 목소리가 부드럽고 멋지다고 ‘꿀성대’. 목이 굵다고 ‘레고성하’. 따뜻한 도시남자라고 ‘따도남’, 그리고 영화ㆍ방송계에서 잘 나간다고 ‘대세’. 최근 1~2년간 배우 조성하(46)가 팬들로부터 얻은 별명은 그의 인기를 방증한다. 40대 중반에야 오른 스타덤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무명세월에 대한 보상이었다.

“고1때 연극반에서 선배 대신 무대에 올라 최우수단체상과 우수연기상을 받았어요. 그러니 만만해 보였지요. 그때까지 살면서 한번도 뭐 잘한다는 소리를 못 들었는데, 처음으로 칭찬받았으니 이게 내길인가 싶었죠. 그렇게 단순하게 출발했어요.”

조성하는 대학(서울예대)을 졸업한 후 대학로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로서 수입은 마이너스였다. 생계는 부업으로 해결했다. 배추나 과일도 팔았고 택시 운전대도 잡았다. 연기는 좋았지만 무대는 밑빠진 독이었다. 


극단에 들어간 2년 뒤 연말공연으로 처음 손에 쥔 수입이 20만원. 연기로 얻은 첫 연봉이었다. 여대생 신분으로 공연을 도와주러 왔다가 덜컥 ‘낚여’ 결혼한 아내한 아내와 두 딸에게 면구스러웠지만, 스스로를 믿고 포기하지 않았다. 내내 아들 사는 게 못마땅하셨던 아버지는 조성하가 서른 다섯살까지 연기를 반대했다. “이제는 이력서 받아주는데도 없다”는 대답에 아버지는 “그럼 네 맘대로 해라”고 하셨다. 

조성하는 “아버지의 마법이 그제서야 풀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김윤석, 하정우와 주연으로 출연한 ‘황해’로 비로소 영화계 안팎에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파수꾼’ ‘결정적 한방’ ‘화차’ ‘5백만불의 사나이’, 그리고 오는 25일 개봉하는 ‘비정한 도시’ 출연으로 이어졌다. TV드라마로는 ‘성균관스캔들’의 정조역으로 젊은팬층을 얻었고, ‘로맨스타운’ ‘욕망의 불꽃’으로 열혈 ‘아줌마팬’도 거느리게 됐다.

“작년 한해 수입이 20대부터 평생 벌었던 것보다 많아요. 이제야 내 가족이 뭐 먹고 싶다면, 뭐 필요하다면 해결해줄 수있는 가장이 된 거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조성하는 반듯한 이목구비와 영화에서 보였던 차갑고 냉정한 이미지가 주는 선입견과는 달리, 농담과 장난을 좋아했고 연신 사람좋은 웃음으로 응대했다. ‘비정한 도시’에선 뺑소니사고를 내고 협박범에 시달리다 결국 납치강도범죄를 저지르는 소심한 택시기사 역할을 맡았다. 교통 사고를 낸 후 자책과 경악, 절망,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과 몸짓, 벼랑에 몰려 납치한 여자에게 보여주는 정신분열적 행동은 조성하가 왜 연기파로 각광을 받는지 입증한다. 영화는 불법 사채와 우연한 교통사고로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극적 사건을 보여주며 가난, 불륜, 범죄 등으로 얼룩진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그렸다.

/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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