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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차별 폭로꾼? 프라이버시 옹호자!
고발자에 대한 평가는 늘 밝음과 어둠이 엇갈린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만큼 명암대비가 뚜렷한 인물은 드물다. 그는 민주주의의 영웅인가 하면 “양손에 피를 묻힌 반미 정보원”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나는 줄리언 어산지다’(문학동네)는 비록 ‘승인하지 않은’이란 부제가 붙었지만, 가택연금 상태인 그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쓴 엄연한 자서전이다.

위키리크스는 이라크 전쟁 기록, 미국의 외교 전문 등 방대한 기밀 공개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뒤흔들었다. 이 때문에 종종 음모론자로 오해받지만 정작 그의 고민은 줄곧 “어떻게 하면 음모의 힘을 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있었다.

‘멘닥스(Mendax)’란 이름의 해커로 활동했던 10대 후반 시절부터 그는 미국의 펜타곤과 대기업의 전산망을 활보하고 다녔으며 “권력, 부패, 거짓말의 미로”에 일찌감치 추악한 진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자신이 무차별적 폭로꾼이 아닌 프라이버시의 옹호자라고 항변한다. 진정한 보호 대상은 권력의 비밀이 아닌 개인의 접속의 자유, 검열로부터의 자유란 것이다. 인터넷을 탄압의 도구로 삼으려는 이들과 벌인 전투를 ‘스페인 내전’에 비유하는 대목 등에선 긴박함을 넘어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누구나 안심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수학과 암호의 세계에 매달렸고, 마침내 위키리크스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산지는 말한다. “인터넷은 어떤 자유도 거저 주지 않는다. 인터넷 시대에 자유를 원한다면 스스로 싸워야만 한다.”

그를 영웅심에 사로잡혀 자발없는 폭로전에 나선 위험인물로 생각하거나, 투명하고 개방된 사회를 꿈꾸는 투사로 생각하거나, 판단은 여전히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어산지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독자라면 적어도 이 책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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