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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강우 “악재 많았던 ‘해운대’, 오기 생기더라고요” (인터뷰)
한 치의 빈틈도 없을 것 같은 그가 임상수 감독의 영화 ‘돈의 맛’에 이어 최근 종영한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인간적인 매력을 물씬 발산하고 있다. 바로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배우 김강우의 이야기다.

김강우는 ‘해운대 연인들’을 통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거침없이 망가졌다. 또 철두철미한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에서 기억을 잃은 귀여운 남자 ‘남해’까지 1인 2역이라고 해도 무방할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실 ‘해운대 연인들’은 방송 초반부터 각종 고난을 겪은 드라마 였다. 선정성 논란, 사투리 논란 등 바람 잘 날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강우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연기력으로 승부를 내걸었고 드라마는 마니아 층을 확보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근 서울 강남 모처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전보다 부쩍 살이 빠진 모습이었다. ‘해운대 연인들’ 촬영 때문에 근 3개월 동안 한 번도 가족들을 본 적 없이 부산에서 연기에만 매진했던 터였다. 그는 “한 3kg정도 빠진 것 같다. 이제 좀 살을 찌워야겠다”며 웃어 보였다.

그의 전작 ‘돈의 맛’은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성 짙은 영화다. 그에 반해 ‘해운대 연인들’은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만한 유쾌한 드라마다. 코믹하고 유쾌한 이 드라마로 복귀하는 소감이 어땠을까.

“드라마는 드라마고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작가 분이 저에게 기대를 많이 해 주셨고, 저를 믿어주셨어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요.(웃음) 저에 대한 믿음이 강하셨기 때문에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극중 냉철한 검사 태성과 허당스러운 면모가 가득한 남해를 연기하면서 혼란을 겪을 때도 많았다.

“태성과 남해는 상반된 인물이니까 목소리 톤을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죠. 헷갈릴 때도 많았어요.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운명이겠거니 하고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었죠.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촬영하곤 했지만 참 재밌었던 것 같아요.”

이 드라마는 유독 논란이 많았다. 특히 극 초반 조여정의 ‘어우동 신’을 비롯해 그와 호흡을 맞추는 김강우까지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일각에서는 워낙 섹시한 이미지가 강한 두 사람이기에 선정적으로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저도 알죠. 조여정과 김강우라 야하다는 말이 떠돌고 있는 걸요. 참 말은 쉬운 것 같아요. 저는 ‘후궁’도 일부러 안 봤어요. 상대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까 봐요. 그냥 있는 그대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전작에 대한 이미지가 생겨서 좋을 게 뭐 있겠어요.”

그는 이어 조여정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솔직히 많이 안타까웠어요. 그 친구는 진실 된 눈빛으로 연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몰라주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미안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촬영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혹자가 드라마에 대해 비난해도, 배우들과 스태프들 간의 정은 두터웠다. 김강우는 촬영 기간 내내 단 한번도 서울로 올라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집에 있는 아내와 아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참 좋았어요. 이 드라마가 16부작인데 고작 몇 부 끝났다고 평가를 받는다는 것에 대해 신경을 안 썼죠. 우리는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한 작품이니까요. 굳이 누가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고, 약점을 찾으려 해도 신경을 안 썼어요.(웃음)”

그는 작품 촬영 기간에는 극도로 예민한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도 거의 잠도 못 자고 잘 먹지도 않은 채 작품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한 번도 쓰러진 적도, 짜증을 부린 적도 없다.

“저한테 너는 좀 쓰러지라고 쉬지 않고 강철 체력을 보이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조명 감독님이 73세신데도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짜증을 부리겠어요. 오히려 악재들이 있으니까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해도 욕할 거냐’는 마음으로 오기를 갖고 최선을 다했죠. 저 뿐만 아니라 다들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이를 악물고 어떤 고난도 감내하며 연기에만 몰두한 김강우. 그는 실제로 극중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과 기존의 ‘무게’를 싹 걷어낸 코믹한 연기를 펼쳤다. 그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시청자들은 그의 열연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이로써 그는 대중들에게 각인된 자신의 진중하고 무거운 이미지를 확실히 벗는데 성공했다.

“대중들이 저에 대해 좀 무거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깰 수 있다면 그 이미지를 와장창 깨뜨리고 싶었어요. 그게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사실 대중들에게 제 연기가 통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했거든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겐 ‘해운대 연인들’이라는 작품이 한 발짝 더 대중들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무심코 보게 된 그의 휴대폰 뒷면에는 아들 사진이 부착돼 있었다. 그 역시 자식밖에 모르는 평범한 아버지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까지 안팎으로 충실한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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