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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대 연봉 수퍼스타도 코치만 되면 쥐꼬리만해지는 연봉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수억원, ‘코치’ 이종범은 5000만원.

이종범이 프로야구 한화 코치로 부임하면서 연봉 5000만원에 사인했다. 지난 20여년 간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수퍼스타였다는 점에선 턱없이 부족하단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종범은 지난 2002년 이승엽을 제치고 4억3000만원으로 그해 최고연봉을 기록했다. 2008년엔 성적부진으로 전년에 비해 연봉이 무려 60%가 깎였지만 그래도 2억원을 받았다. 은퇴를 결심한 올해에도 이종범의 연봉은 1억6000만원이었다. 선수에서 코치로, 이종범의 ‘제2의 야구 인생’은 생각보다 초라했다.

물론 한화나 이종범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수석코치를 제외하곤 코치 대부분의 연봉은 선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초임은 보통 5000만원에서 시작한다. ‘200승 투수’ 송진우(한화)도 코치 첫 해엔 5000만원을 받았다. ‘마지막 20승 투수’ 정민태(넥센)도 선수 시절엔 7억4000만원까지 받았지만 코치직은 6000만원에 시작했다.

선수 시절의 실력이 곧 코치 능력으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요’는 적은데 ‘공급’은 넘쳐나는 구조가 코치의 박봉을 결정한다. 올 시즌 KBO에 등록된 코치(감독 제외)는 모두 168명이다. 이종범처럼 성대한 은퇴식을 갖고 다음 목표를 구상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다수 야구 선수는 알게 모르게 잊혀진다. 한국 야구 현실에서 이들이 갈 곳은 많지 않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은퇴 선수들에게 중요한 건 연봉이 아니라 일자리 그 자체다.

여기에 일본인 코치와도 경쟁해야 한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일본인 코치는 모두 10명. 바늘 구멍은 더 좁아진다. 더군다나 이들의 연봉은 국내 코치의 연봉을 압도, 상대적 박탈감마저 안긴다.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코치의 연봉은 1800만엔으로, 약 2억5600만원에 달한다. 류중일 감독(2억원)보다도 많다. 코야마 트레이닝 코치는 1200만엔(약 1억7000만원)이다. 같은 팀의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7000만원)의 2배가 넘는 액수다. 넥센의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는 5000만원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코치의 능력과는 별 상관 없이 연봉이 매년 일률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른 코치가 높은 연봉을 받으면 자연스레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뿐, 코치의 능력이나 성과를 평가해 연봉 인상을 결정하는 구단은 없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계약금 2억원에 연봉 2억원’이 통설이 됐다.

여기에 시즌 중에라도 언제든 자리를 내놓아야하는 ‘파리 목숨’이란 점은 코치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다. 이들이 40~50대 가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박봉에 고용불안까지 시달리는 코치직은 소신이나 열정을 펼치기보단 자리보전에 급급하게 만들기 일쑤다. 염경엽 넥센 감독처럼 8000만원을 받고 묵묵히 코치직을 수행하다 2억원을 받는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야구 감독 10자리 가운데 하나를 꿰차기란 하늘의 별 따기 보다도 어렵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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