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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통하는 두 가지 드라마 코드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갈수록 드라마의 흥행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마의’ ‘신의’ ‘울랄라부부’ 등 세 개의 월화드라마 중에서 가장 적은 제작비가 들어간 ‘울랄라부부’의 시청률이 가장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의’의 이병훈 PD는 한국 사극의 준거를 제시한 사극 전문PD다. 또 김희선이 6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신의’는 김종학 PD-송지나 작가 콤비가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고 있는 퓨전사극이다. 물론 약체로 보였던 ‘울랄라부부’가 기선잡기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스토리텔링과 메시지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울랄라부부’의 초반 화제몰이는 어쨌든 돋보인다.

최근 들어 시청자들과 성공적인 소통을 이뤄내는 드라마를 보면 몇 가지 흐름들이 포착된다. ‘대중정서’를 잘 읽어낼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을 장착한 드라마들이다. 첫번째는 시청자의 분노를 동력으로 삼는 드라마다.

억울하게 딸을 잃은 한 형사의 눈물겨운 복수극인 ‘추적자’가 대표적이었다. 이 분노는 개인적으로 당한 데서 느껴지는 분노와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서 오는 공분, 이 두 가지가 합쳐져 극대화됐다. 사이버 세계의 섬뜩한 이면과 가려진 진실을 찾아나서는 IT범죄수사물인 ‘유령’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앞에서는 멀쩡한 모습이지만 컴퓨터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악마로 변하며 사람을 황폐화시킨다. 보고 있으면 분노와 짜증이 절로 생긴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IT기기들을 이용한 범죄를 사회 시스템이 제어하지 못하고 있으니 시청자의 분노와 불안은 더욱 가중된다. 또 여기서는 돈과 권력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꼭 나타난다.


‘골든타임’도 따지고 보면 분노 코드의 드라마다. 기존의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욕망과 출세를 위한 의사들의 경쟁(하얀거탑)을 보여주거나 의사들의 업무인 진료와 사랑(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을 다룬다. 의사들의 정신병리를 보여주는 의학 드라마(브레인)도 있었다. 하지만 ‘골든타임’은 이들과는 다른 계보의 의학 드라마다. 의학 드라마지만 사회고발 드라마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병원에 가서 분노와 짜증을 느꼈던 환자와 가족들의 경험들을 ‘골든타임’은 잘 포착했다. 급해서 응급실을 찾아갔지만 의사들이 나와서 치료를 하지 않고 인턴들만 왔다 갔다 하는 경우는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중병원 4명의 과장은 병원 이사장이 입원하니 모두 그곳에서 얼굴 도장을 찍는다. 이와는 다른, 예외적인 의사가 최인혁(이성민)이다. 최인혁은 환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의사이자 환자의 분노와 짜증을 날려줄 ‘히어로 닥터’다. 최인혁은 환자를 최우선시하지 않는 병원 시스템과 병원 권력에 반기를 든다. 최인혁은 병원 규정을 위반해 수술금지령이 내려진 상태에서도 트럭에 깔려 병원에 실려온 5세 중증외상환자의 수술을 자청한다. 


요즘 통하는 또 하나의 드라마 코드는 ‘타임슬립’이나 ‘영혼 체인지’로 상황을 크게 변경시켜 충돌과 소동, 해프닝을 발생하게 해 요즘 드라마 트렌드인기도 한 ‘예능적 느낌'이 나게 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하는 장치의 활용이다. 일명 ‘역지사지’ 코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타임슬립’ 방식을 활용하면 로맨틱 코미디도 재벌 2, 3세나 캔디의 단순한 결합이 아닌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옥탑방 왕세자’ ‘닥터진’ ‘신의’ ‘울랄라부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한 장치인 영혼 체인지와 빙의는 한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코드는 아니었지만 ‘시크릿가든’이라는 성공사례가 있는 데다 재미있고 유쾌하게 표현된다면 황당한 설정도 충분히 받아들이는 시청자 정서의 변화에 힘입어 자주 활용되는 추세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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