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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라벤 북상소식에 제주로 날아간 이강우,그가 건진 바다사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사진가 이강우(47,서울예대 교수)가 바다를 찍었다. 그것도 지난 8월 28일 한반도를 강타했던 제15호 태풍 볼라벤 속에서다.

이강우는 4급 태풍 볼라벤의 북상소식을 듣고 카메라를 챙겨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모두들 태풍을 피해 섬을 빠져나오던 시점에, 거꾸로 사지(死地)로 들어선 것. 그리곤 몸이 날아갈 듯한 엄청난 강풍 속에서 셔터를 눌렀다. 목숨줄을 내놓다시피 한 작업이었다.

그렇게 찍은 바다 사진을 한데 모아 이강우는 11일부터 서울 팔판동 리씨갤러리(대표 이영희)에서 작품전을 연다. 전시타이틀은 ‘LEE GANG WOO’.

전시장에 들어서면 집채만한 파도가 금방이라도 나를 덮칠 듯 몰려드는 사진이 첫눈에 들어온다. 굉음이 들릴 것같은 바다의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다. ‘자연의 위용이란,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란 이리도 엄청나구나’하고 찬사가 절로 나온다. 볼라벤 속에서 찍은 ‘제주도’란 사진이다.


그는 최근들어 바다사진을 집중적으로 찍었다. 그러나 또다른 팩트(fact)가 있는 바다를 찍기 위해 태풍 속으로 들어갔다. 자신과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전혀 다른 한 순간’을 담기 위해서였다.

작가는 “태풍 경로를 파악해 마라도가 보이는 산방산 아래 용머리해안에 자리를 잡았다. 태풍의 서막이 불자 엄청난 비바람에 앞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자동차까지 날려버릴 듯한 강풍이었다. 그런데 아주 잠깐, 태풍의 에너지가 잦아드는 순간이 있었다. 그 때 자동차 안에서, 건물 처마 밑에서 파도를 향해 미친듯 셔터를 눌렀다”고 했다. 그 제주에서의 나흘간의 작업에서 이강우는 전에 만나지 못했던 바다의 풍부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사진 속 바다는 천변만화하는 자연의 표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자연의 가공할만한 파워와 형언키 어려운 아름다움을 두루 품고 있다. 태풍 직전 고요한 바다를 시작으로, 광풍이 휘몰아치며 지축이 흔들리는 순간, 상황이 끝나 한없이 평화로와지며 말간 얼굴을 살포시 드러낸 모습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바다의 속살을 모두 만날 수 있다. 


폭풍우에 진눈깨비까지 더해진 날 찍은 ‘템페스트(폭풍)’라는 바다사진 또한 자연의 장엄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마침 사진 정중앙에는 굵은 진눈깨비와 바람을 피해 날개를 퍼득이는 작은 새 한마리가 잡혀 극적 긴장감을 더해준다.

이강우는 “형상적 관점으로 보면 바다는 상당히 모호하기 짝이 없다. 내게 바다는 빛으로 그 존재가 일깨워지며, 그러자마자 쉼 없는 파동으로 자신의 모습을 일순간 드러내거나 허물기를 반복하는 액체로 가득 찬 공간이다. 바다는 단순한 요소들로 구성된 꽤 미니멀한 공간이다. 그래서 바다는 어떤 형상이라기보다 그 자체가 ‘질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의 바다이미지들이 자신의 눈, 의식, 호흡, 신체가 그 순간들을 주시하면서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정체라고 했다. 빛이 물화되고 찰나가 현시된 인덱스(index)라는 것. 작가는 관람객들이 사진에 담긴 구성감각, 점 선 면의 운율, 농담의 변화, 그것들이 지펴올린 기운과 정취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강우는 본디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화가 출신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더딘 매체’인 회화 보다는 좀더 빠르고 순발력있게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싶어 사진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한동안 미술전공자로서의 사진작업에 몰두했다. 한동안 붓과 물감 대신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듯 사진을 찍었다. 회화적 사진이었던 셈. 그러다 2003년 사진과 교수가 되면서 사진 자체로서의 예술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한동안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 사진 등 사회적인 주제에 천착해온 그가 바다 사진으로 전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엔 육지의 어느 지점에서 바라본 바다를 찍었는데 다음에는 생명을 갖춘 또다른 바다의 모습을 찍고 싶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전시는 27일까지. 사진제공 리씨갤러리. 02-3210-0467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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