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엑스라지(XL)’로 골라라.’

올가을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은 여성들은 이 말을 기억해야 할 듯하다. 1970년대 유행했던 ‘빅 룩(Big look)’, 다시 말해 큼직한 실루엣의 ‘오버사이즈(Oversize)’ 스타일이 돌아왔기 때문. 코트, 야상점퍼, 스웨터 등 가릴 것 없이 겉옷은 모두 풍성해졌다. 민첩한 라인이 생명이었던 라이더풍의 가죽재킷마저 오버사이즈로 등장했을 정도다. 상의뿐만 아니다. 보다 과감한 여성들은 하의도 크게 입을 듯하다. 지난봄부터 인기를 끌었던 ‘파자마 바지’도 실은 오버사이즈 룩에 속한다. 다만, 계절감을 반영해 소재와 문양은 변주될 것이다.

오버사이즈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중성적인 게 특징이다. 슈트와 코트까지 넉넉하게 잘 갖춰입으면 마치 남성 양복을 입은 듯 강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정말 ‘남자처럼’ 보이는 건 아니다. 남자친구의 옷을 입은 듯 어딘지 더욱 섹시하기도 하다. 또 스웨터 등 니트를 크게 입으면 사랑스럽고 가녀린 소녀로 변신하는 게 ‘오버사이즈 룩’의 매력이기도 하다. 


▶중성적인 느낌 강조…‘매니시(Mannishㆍ남성스러운)’ 오버사이즈 룩=올 가을ㆍ겨울 컬렉션에서는 각진 어깨선, 큼직한 실루엣 등 남성적인 느낌을 강조한 ‘매니시 오버사이즈’가 런웨이를 사로잡았다. 넉넉해서 나른함까지 느껴지는 이 스타일은 장식을 최소화해 1970년대의 ‘빅 룩’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돼 보인다.

본래 독특한 문양과 색감으로 유명한 드리스 반 노튼은 올가을 이전보다 단순해진 코트를 선보였는데, 짙은 회색의 큼직한 재킷이 차분한 인상을 준다. 런웨이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중성적인 느낌을 강조한 오버사이즈 룩을 선보였다. 각진 어깨선이 돋보이는 커다란 코트에 전통적인 남성 슈트를 활용해 도회적이고 이지적인 ‘매니지 룩’을 완성했다. 또 절제미의 대명사 스텔라 맥카트니 역시 광택감이 느껴지는 안감으로 우아함을 강조한 ‘오버사이즈 아우터’를 연출했다.

▶가죽재킷, 너마저… ‘오버사이즈’로 입는 라이더 스타일=트렌치코트와 함께 가을 하면 빠질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인 가죽재킷도 올가을, 넉넉해졌다. 특히 날렵하고 슬림한 디자인이 생명이었던 라이더풍 가죽재킷마저 풍성해졌다.

마르니는 화사한 색감의 오버사이즈 가죽재킷을 런웨이에 올렸다. 마치 코팅된 듯 광택감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가죽 소재에 살짝 분홍빛이 겉도는 이 재킷은 오버사이즈이지만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데스킨스 띠어리의 가죽재킷도 넉넉한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섹시하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디자인됐다. 엉덩이 라인까지 내려오는 길이감과 직선으로 떨어지는 라인의 이 재킷은 기본 티셔츠와 최근 유행하는 배기팬츠(자루처럼 넉넉하고 통이 큰 바지로 특히 넓적다리 위가 넓다)와 매치시키면 잘 어울린다.

또 여성스러운 곡선을 강조한 로에베의 가죽코트 역시 아찔한 ‘킬힐’ 구두와 만나 우아하고 세련된 룩을 완성시켰다.

▶크고 화려한 문양으로 수놓아진 ‘오버사이즈 룩’=복고풍의 영향으로 지난 시즌부터 유행하고 있는 크고 튀는 기하학적 문양들. 이번에는 오버사이즈 의상들과 만나 우아하고 더욱 화려해졌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짙은 파란색의 월계수 문양을 오버사이즈 슈트 위에 얹혔다. 중후한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이 슈트는 자칫 과하거나 어색할 수도 있는 여성들의 ‘오버사이즈 룩’을 우아하게 풀어냈다.

물감을 뿌려놓은 듯 선명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멀버리의 오버사이즈 코트는 발랄한 소녀를 연상시킨다. 몸에 꼭 붙는 치마와 발목을 감싸는 레이스업 부츠(앞이나 옆에서 끈을 묶을 수 있게 고안된 신발)를 함께 착용해 여성스럽다. 또 매니큐어, 립스틱 등 메이크업 제품에서 영감을 받은 문양을 선보인 모스키노 칩앤시크의 컬렉션도 눈에 띈다. 재치 있는 패턴 디자인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오버사이즈 룩을 경쾌하게 만든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