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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이윤미> 스님과 집사님의 외도(?)
문화를 이해하는 건 벽에 창을 내는 일이다. 종교 간 이해, 화합을 위해 선 이처럼 종교 간 아름다운 만남을 자꾸 만들고 손 잡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 그것도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게 좋다.


스님과 집사님이 손을 잡았다. ‘불교계 대중가수’ 도신 스님은 최근 6집 앨범 ‘너의 아픔이 다하는 날까지 나의 노래는 멈추지 않으리’를 내면서 편곡을 김기표 집사님에게 맡겼다. 수십년 동안 교회음악의 수많은 곡을 편곡ㆍ작곡해온 터라 음악적으로 좀 찜찜함이 없지 않았지만 한번 해보자 싶었다. 워낙 열린 마음을 가진 김 집사님은 선뜻 응했다.

도신 스님은 자신이 작곡한 곡이 어떻게 달라질지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기다렸다. 국악을 바탕으로 한 불교적 음악색채가 클래식에 닿아 있는 교회음악과 어울린다는 게 어쩐지 불편해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완성돼 나온 노래를 불러 보니 묘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당겼다. “슬픈 듯 교회적 냄새가 나기도 하고 제 노래와도 이상하게 잘 어울렸다”며, 그는 곡을 어떻게 기자에게 설명해내야 할지 난감해했다.

종교적 화해, 말로는 쉬워도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아는 두 사람은 당초 이 어려움을 사랑으로 뛰어넘자 했다 한다. ‘사랑 안에서 기독교고 불교고 뭐가 다르겠나, 사람을 착하게 하는 건데’라는 생각에서다. 김 집사님은 “사랑을 짐작으로는 알기 어렵다. 실천해본 사람만이 사랑은 벽이 없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도신 스님은 이번 결과를 ‘작은 통일’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종교가 세상을 걱정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종교 간 갈등이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 ‘취급주의’ 대상이 된 게 사실이다. 정부는 공직자들이 종교 중립을 지킬 것을 법제화하고 공직자 종교차별신고센터까지 설치ㆍ운영하고 있다. 또 불교, 기독교, 가톨릭 등 7개 교단 지도자들을 초청, 타 종교 성지순례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체험을 같이 하고 나면 아주 친해진다는 게 다녀온 분의 얘기다.

문화를 이해하는 건 벽에 창을 내는 일이다. 종교 간 이해, 화합을 위해선 이처럼 종교 간 아름다운 만남을 자꾸 만들고 손 잡는 일이 많아져야 한다. 그것도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게 좋다. 또 이웃 종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것도 필요하다. 얼마 전 구례 화엄사 각황전이 전소할 뻔한 사건에 국민들은 또 한번 놀란 가슴을 달래야 했다. 불교문화재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뒷걱정은 따로 있다. 종교 갈등으로 번질까 하는 우려다. 1900년대 YMCA 회원들이 사찰에서 수련회를 갖고 대웅전에서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종교 간 화해가 절실한 요즘, 훈훈한 정경이 아닐 수 없다. 한국종교연합이 종교 간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촉진할 종교평화지수를 만들어, 매년 말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종교에도 사랑의 손길이 절실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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