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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의자’그리는 지석철 “인간이 부재하는 이 시대에...”
지석철(59.홍익대 교수)은 ‘의자 화가’다. 그는 30여년 가까이 의자를 그려왔다. 그 것도 언제나 빈 의자를. 그에게 있어 의자는 인간 존재를 은유한다. 그림 속에 비록 인간은 부재(不在)하지만 지석철의 빈 의자는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상징하고 있다.

10월 1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대표 노승진)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지석철은 새롭게 제작한 ‘부재’시리즈 20여점을 발표한다. 신작들은 지금까지의 의자 그림 보다 더욱 비현실적이고 생경하다. 또 다양한 내러티브가 담겨있어 마치 연극 한편을 보는 듯하다.


하늘로 곧게 뻗은 나뭇기둥 하단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고, 꼭대기엔 빈 의자가 거꾸로 얹혀져 있다. 저 튼실한 기둥처럼 세상을 호령했던 한 인간은 이제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걸까? 존재의 현존과 소멸의 끝자락만 살짝 드러낸채 그림은 말이 없다.

크고 작은 조약돌이 늘어선 백사장에도, 묵직한 앤틱 카메라 앞에도 손톱처럼 작은 의자가 나뒹굴고 있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것 저 너머, 즉 피안의 세계에 대한 정서 혹은 그리움을 표현한 그의 그림은 대단히 모호하지만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더구나 이번 전시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인체해부 조각을 차용한 의자 그림 등 인간이 등장하는 신작들이 나와 작가의 달라진 면모를 보여준다.
 

작가는 “재작년에 모나코에 들렀다가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살던 고전적인 궁전 앞에 세워진 데미안 허스트의 대형 조각을 맞닥뜨렸어요. 우아하고 클래식한 건물과 기괴한 조각이 대비를 이루고 있었죠. 임신한 여성의 인체장기를 세라믹으로 빚은 쇼킹한 입체작품이었습니다. 아, 그 순간 저는 저기에 빈 의자를 대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나온 작품이 바로 ‘부재의 사연’이란 그림입니다"고 했다.

강렬하다 못해 그로테스크한 데미안 허스트의 조각을 흑백으로 패러디한 지석철은 그 옆 작은 제단(실은 환기통이다)에 빈 의자를 놓아 ‘서양 작가가 그토록 요란하게 인간을 표현했지만 어쩌면 진정한 인간이란 존재는 요즘 이 시대에는 부재하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석철은 우리 화단에서도 극사실적인 대상 묘사에 있어 정평이 나있는 작가다. 그러나 그는 “눈과 손이 옮기는 정치(精緻)한 묘사력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대상과 이미지를 응시하는 나의 사적 취향이 어떻게 각색되고 연출되는지가 중요하다. 이질적인 것들의 돌연한 공존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고 싶다”고 했다. 모노톤의 ‘비일상적 상상’을 통해 지석철은 인간의 상실과 소외 등 심리적 상흔을 말없이 우리 앞에 드러내고 있다. 02)732-355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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