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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우커, 대한민국을 흔들다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J씨(30ㆍ여)는 최근 퇴근길 서울 명동의 한 중저가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품목당 3천~1만원인 이 브랜드에서 50만원, 1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여행가방을 선물로 증정하고 있었던 것. J씨는 점장에게 대체 누가 3000원짜리 화장품을 30~40개씩 사겠느냐고 물었다가 “애초에 관광객을 겨냥한 사은품이다”는 설명을 들었다. 비비크림 등을 ‘싹쓸이’해가는 중국인들을 위해, “여기에 담아가시라”는 의미로 커다란 가방을 제공한다는 것. J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구매력이 이정도인 줄을 몰랐다”며 “말로만 듣던 ‘사재기’, ‘싹쓸이’를 보니 직접 그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일명 ‘요우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요우커들은 주말 서울 도심을 점령하고, 국내 관광ㆍ유통업계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인의 삶을 변화시킬 태세다.

지난 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이어진 중국 황금연휴 기간 약 12만명(한국관광공사 잠정 집계)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팀장은 “이미 지난 3일까지 집계된 방한 중국인이 8만명에 달했다” 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가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요우커’들의 힘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곳은 국내 유통가. 외국인 관광객의 명소 명동만 해도 화장품 브랜드숍이 급증했다. 이 지역 화장품 매장은 26개 브랜드 81곳에 달한다. 2008년 21곳에서 2010년 35곳으로 증가하더니 2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국경절 기간 더페이스샵 매출은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백화점 매출도 상상 이상으로, 현대백화점의 경우 최근 중국인 매출이 280.6%나 신장했다.

이에 발맞춰 중국어 사용 인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 인바운드 업체의 관계자는 “통역이 가능한 조선족들이 식당 등을 벗어나 화장품 가게나 백화점 매장으로 이동했다” 며 “몸값이 오른건 당연지사다”고 전했다.

명동, 신촌, 광화문, 청계광장 일대 상인들에겐 이제 중국어가 필수다. 청계광장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A(63ㆍ여)씨는 “중국인은 다른 외국인보다 물건을 살 때 가격이나 제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하는 편”이라며 “원할한 소통을 위해 기초적인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최근 증가 추세를 보면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제 1시장으로 올라설 날도 멀지 않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1992년 약 2.7%에 불과했던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올해 27~28%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일본(30~35%)과도 대등한 수준이다.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 수만큼 그림자도 짙다. 여전히 ‘요우커’들에게 ‘한국관광=도심관광’의 인식이 강하다. 가는 곳마다 ‘큰손’ 대접을 받지만 정작 방한 때는 저렴한 단체 상품으로 ‘싸게’ 온다. 도심 내 특급 호텔은 방이 남아돌지만, 수도권 일대 모텔조차 잡기 힘들어 ‘숙박대란’ 이 일어나고 인바운드 업체의 쇼핑강요와 옵션 끼워넣기 등이 만연하는 이유다.

‘큰 손’ 중국 관광객들을 또다시 태국, 홍콩, 대만 등으로 우회시키지 않기 위해선 보다 내실있는 고급ㆍ고가 상품의 개발, 지방 명소의 적극적인 홍보와 프로모션, 중국 관광객에 대한 내국인의 환대서비스ㆍ분위기의 조성이 절실하다.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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