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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동희의 가요올킬] 싸이 성공으로 본 가요계 한글 사용 현실은
[홍동희의 가요올킬]



한국어 가사로 만들어진 한국의 가요가 미국 빌보드 차트 점령이라는 사상초유의 ‘사건’이 가시화되고 있다. 가수 싸이의 이야기다. 2주 연속 2위를 차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번 주 1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싸이의 1위 등극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게 된다. 우선 최초로 빌보드 1위에 오른 한국인 가수라는 점이겠고, 앞서 언급한 대로 그가 부른 노래가 한국어 가사로 만들어진 가요라는 점이다. 싸이 역시 “제 노래 가사 중에 영어라고는 ‘Sexy Lady(섹시 레이디)’ 밖에 없는데, 우리말로 만들어진 노래를 세계인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시는 것이 신기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566돌 ‘한글날’을 앞둔 시점에서 더욱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류의 전파는 우리 문화의 전파이며, 문화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그 나라의 언어와 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 지금 우리 가요 시장을 되돌아 보면 가요인지 팝인지 알 수 없는 정체 불명의 곡들이 쏟아지고 있다.

영어 그대로 표기한 제목은 이제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비속어에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정체모를 단어들까지 제목으로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 가수 이름조차 순수 우리말 보다는 외국어로 지어진 이름이 훨씬 많다.

특히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가요계 첫발을 내디딘 아이돌 그룹들의 이름은 또 어떤가. 시크릿, 씨스타, 카라, 2NE1, EXID, 라니아, B.A.P, 스피카, 피에스타 등등 오히려 한글로 지어진 그룹의 이름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어느 때부터인가 가요계에는 한글로 지어진 이름이 촌스럽다는 공식이 성립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룹 이름들이 죄다 영어 단어나 영어 단어를 조합해 만든 정체불명의 단어들로 지어지고 있다. 심지어 과거 전진, 혜성, 강타 등으로 불리던 멤버들의 예명조차 JR, Aron, 앨리스, 디오, 키처럼 아예 영어식 이름들로 바뀌었다.

80~90년대 가요계에 전설적인 그룹이라 할 수 있는 부활, 들국화, 백두산, 시나위, 무한궤도, 전람회 같은 이름들이 정말 촌스러운지 반문하고 싶다.

싸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무조건 영어로 제목을 짓고 가사를 쓴다고 해서 그것이 꼭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갈 한류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오래된 명언이 새삼 떠오른다.



대중문화 컬럼니스트/dhee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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