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연말 ‘깡통주택’ 60조원 육박…하우스푸어, 빚 상환 연기ㆍ경매 유예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 수도권에 거주하는 A씨는 전형적인 ‘하우스푸어’다. 과거 8억원 짜리 집을 사면서 은행에서 3억원을 선순위 대출로 받고, 나중에 2금융권에서 후순위 대출로 1억원을 더 끌어썼다.

당시 A씨의 은행권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은 37.5%(3억원/8억원), 연결 담보가치인정비율인 C-LTV는 50.0%(4억원/8억원)로, 금융당국이 정한 LTV 상한선(수도권 50%, 지방 60%)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6억원으로 떨어지면서 C-LTV가 66.7%(4억원/6억원)로 급등해 위험 수위를 웃돌았다. 집을 경매에 넘겨도 경락률 70%를 가정하면 A씨는 3억5000만원만 건질 수 있다. 대출금조차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으로 전락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 상한선을 넘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자 ‘긴급 처방’을 내렸다.

단기 연체자의 원리금 분할 납부 등으로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자의 집을 일정기간 경매에 내놓지 않는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를 2금융권으로 확대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같은 내용의 ‘하우스푸어(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 원리금 압박에 시달리는 대출자) 대책’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LTV 초과 대출 60조원 육박=금감원에 따르면 LTV 기준(수도권 50%, 지방 60%)을 초과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6월 말 현재 48조원으로, 3개월새 9.1%(4조원)나 늘었다. 금감원은 특히 하우스푸어 문제가 연결 담보가치인정비율인 ‘C-LTV’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C-LTV는 LTV를 산정할 때 은행에서 빌린 선순위 대출과 2금융권에서 빌린 후순위 대출을 모두 대출금으로 잡는다. 이 추세라면 LTV 초과 대출은 올 연말 60조원에 육박한다. 앞으로 깡통주택과 하우스푸어가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우선 은행들이 신용대출 단기 연체자에게 적용하는 프리워크아웃을 주택담보대출에도 적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1개월 미만 원리금 단기 연체가 반복되거나 LTV가 급등해 부실 우려가 커진 대출자가 대상이다.

은행권에서 유명무실하게 운영해온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경매 유예 제도)’는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상호금융사 등 2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우스푸어는 대부분 카드대출이나 할부금융 등으로 긴급 자금을 마련하는데, 이 돈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경매 유예 제도를 운용하지 않는 SC은행과 산업은행도 이를 도입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하우스푸어’ 조사범위 확대=금감원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수도권에만 한정하던 조사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지역별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자의 평균 LTV와 가구수, 주택실거래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또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 지표인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비율 구간별로 대출자와 금액을 파악한다. 금감원은 DTI와 LTV를 교차 분석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대출자를 먼저 선별한 뒤 규모와 상황에 맞는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은행권의 ‘트러스트 앤 리스백(신탁 후 임대)’ 등 정부 개입이 필요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순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정부 지원은 최악의 상황에 쓸 마지막 카드”라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