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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승헌 “데뷔후 가장 힘들었던 ‘닥터진’, 그래도 또 사극하고 싶다”(인터뷰①)
종영을 앞둔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닥터진’(극본 한지훈 전현진, 연출 한희)에서 타이틀롤 진혁 역을 맡은 배우 송승헌. 그에게 있어 ‘닥터진’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

송승헌은 이번 드라마에서 150년 전 조선으로 타임슬립한 후 뜻하지 않은 상황에 휘말려 온갖 수난을 겪고 난 뒤 마음까지 따뜻한 열혈의사로 거듭나는 명의 진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조선시대 진혁은 인명을 중시여기며 신시대를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지만, 현대사회의 진혁은 의사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수식어들은 다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순간의 확률’과 합리성을 따지는 냉철한 면모의 소유자다.

이처럼 복합다면적인 역할은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저히 소화할 수 없다. 그는 데뷔 초부터 조각같은 외모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중은 그의 연기력 보다는 잘생긴 외모에 더 호감을 보였다.

이로 인해 송승헌에겐 ‘비주얼 때문에 연기력이 묻힌다’라는 타이틀이 오르내렸다. ‘닥터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가 사극과 의사라는 캐릭터에 처음 도전하게 되자 대중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하지만 송승헌은 점차 회가 거듭해 갈수록 시청자들의 논란을 잠재웠으며 더 이상 ‘비주얼’ 만이 아닌 ‘연기력’도 뛰어난 배우로 인정받았다.

이 같은 결과에는 데뷔 초부터 연기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대본을 보다 면밀히, 매우 꼼꼼하게 분석하기 시작한 그의 성실함도 한몫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송승헌은 치밀한 분석력을 갖춘 진정성 있는 배우로 거듭났다. 8월 9일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송승헌의 모습은 확실히 달라보였다. 단순히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살이 빠졌다는 외형적 변화 말고도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깊어졌다. 깊어가는 연기 내공만큼이나 그의 매력 또한 분위기 있게 다가왔다.


▲ 다음은 일문일답.

-드라마 촬영을 다 끝마치고 종영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일단 좋다. 사실 1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더울 날씨에 촬영을 한 것 같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특히 시대배경이 조선시대이기 때문에 의상부터 반팔이 아이었고, 가발도 써야 했다. 스태프건 배우이건 촬영현장에서 더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였기지만 그래도 고생했다. 또 개인적으로 막연하게 사극에 대한 선입견과 장르에 대한 부감감, 두려움 등이 없잖아 있었는데 그런 것을 극복하고 깨우친 작품이다. 사극이란 장르에 또 다른 재미를 알게 해주기도 했다.”

-사극에 대한 선입견이란 건 구체적으로 뭔가?

“우선은 따분하고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사극은 왠지 모르게 내가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생각했고, 좀 더 연륜이 쌓인 뒤 도전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극중 내가 현대에서 과거로 넘어간 설정이기 때문에 사극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좀 덜했다. 현대에 사는 인물이 과거로 가게돼 역사적 인물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느꼈다. 이야기 거리도 굉장히 많겠다 싶었고, 극의 흐름이 현대극과 달라 추후에도 전통사극에 도전하고 싶다.”

-‘닥터진’이란 작품에서 타이틀롤을 맡게 돼 연기를 펼친 것은 어떤가?

“앞서 말했듯 현대 의사가 조선시대로 넘어가게 돼 벌어지는 일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일본 원작도 재미있게 봤는데, 한국에서 기획 제작돼 캐스팅 제안까지 받게 돼 정말로 기분이 좋았지만, 부담감도 그에 못지않게 느꼈다. 진혁이란 역할이 단순히 의술만 선보이는 것이 아닌, 조선시대로 가서 역사적인 실존 인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굉장히 기대를 많이 갖고 드라마를 촬영했다.”

-상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범수(형)과는 10년여 년 전 코믹액션 장르인 ‘일단뛰어’라는 영화를 같이 한 적 있었다. 이후 개인적으로 이범수와는 친분을 쌓아왔으며, ‘닥터진’을 통해 다시 연기호흡을 맞췄는데 10년 전과 다른 깊은 내공을 느꼈으며, 내게 조언도 많이 해줬다. 김재중은 뛰어난 가수이면서 연기에 대한 꿈 역시 큰 친구였다. 굉장히 재능도 많고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끝으로 박민영은 어린 친구지만 극중 1인 2역을 맡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기존에 밝은 이미지만 봤는데 ‘닥터진’에선 다른 모습도 완벽하게 보여줬다.

-일본 원작 ‘닥터진’과 연기하면서 느낀 차이점은 뭔가?

“가장 큰 골격인 의사가 과거로 가는 설정은 똑같다. 하지만 보신분들을 알겠지만 일본 원작은 멜로 비중이 적다. 하지만 한국 ‘닥터진’은 드라마에 멜로가 빠지면 안된다는 감독님의 신념 덕분에 멜로 부분이 많이 부각됐다. 한국 ‘닥터진’에선 평행이론이 많이 가미됐는데 사실 그 부분은 감독 작가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달라 의견이 분분했었다. 내 생각은 진혁이 과거로 온 건 현대에 있는 미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인데 영래와 사랑이 빠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영래와 진혁이 사랑을 해야한다는 주의였다. 나는 ‘얼굴이 똑같다고 사랑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감독께 많이 드렸고 지금도 멜로부분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극속에서 진혁은 영래를 구해야만 현대의 무사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범수가 연기한 흥선대원군이 부각되면서 진혁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흥선대원군이 많이 부각돼 진혁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배경이 조선이다 보니깐 역사적 인물 위주로 되는 건 어쩔수 없는 상황이고 진혁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와 흥선대원군이 나를 이용 아닌 이용을 하게 돼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다보니 비중이 줄어든 것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흥선대원군의 역할로 인해 드라마가 알차졌다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 사극을 촬영하면서 고생했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사극이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야외촬영이 정말 많았다. 10년 이상 연기해오면서 가장 더웠던 촬영현장인 것 같다. 나는 그나마 펄럭이는 의상이라서 바람이라도 통했는데 다른 무사분들은 두꺼운 갑옷에 옷틈을 꽁꽁 싸매고 있어 정말 고생했다, ‘무신’ 팀과 촬영세트장을 같이 썼는데 그쪽 분들 중에는 더위에 쓰러지신 분들도 계셨다. 내 예상했던 것 보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전통사극에 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기회되면 또 사극을 하고 싶다. 사극은 현대극과 다른 매력이 있다. 아마도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 같다. 특히 이작품은 현대인이 과거로 가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는 설정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닥터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다른 작품들을 통해 다른 역사적 배경을 살아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역사적으로 정말 얘기할 것이 정말로 많다. 이런 무궁무진한 소재가 정말 좋다.”

-‘닥터진’에서 다뤄진 역사적 해석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흥선대원군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근대화를 막은 장본인이라 평한다. 내가 뭐라 판단할 수 없지만 드라마에선 비록 천주교 박해라는 아픈 역사도 있지만 그래도 외세의 침략을 맞서 싸운 뛰어난 인물로 포커스를 맞췄다.“

-‘닥터진’에서 펼친 본인의 연기에 대한 생각은?

-항상 내가 한 작품에 대해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매번 좀 더 준비를 많이 하고 왔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도 많고, 하지만 이번 ‘닥터진’에서 연기한 진혁은 기존 작품보다 극한으로 가는 상황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극중 역할상 긴박하고 초를 다투며 생명을 살리는 동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그러 인해 기존의 작품보단 연기의 폭이 조금 더 활발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만족까지 아니더라도 그런 모습들을 대중에게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기쁘다고 생각한다.

-연기력 논란에 대해?

“항상 연기력 논란은 나온다. 이범수(형)과 (김)재중이랑 같이 많은 말을 나눴는데, 범수(형)가 나와 재중이에게 그러더라. ‘처음부터 연기를 누가 잘하냐? 연기야 하면 늘게 되는 것이고, 빨리 느는 사람도 있는 반면 더디게 발전하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에는 캐릭터 덕분에 연기력 논란이 조금은 덜 나온 것 같다. 워낙에 캐릭터 자체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생명을 살리기 때문에 대중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진혁이란 캐릭터가 고맙다.”

-박민영 가슴마사지 사건으로 논란이 됐다?

-당연히 나올 줄 알았다. 사실 박민영의 가슴을 만진게 아니라 가슴 대역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을 만진 것이다. 그래도 가슴 겉에만 살짝 만졌는데 논란이 돼 안타깝다. 매 촬영때 마다 의학 자문을 오시는 의사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산부인과 의사분도 계신다. 그분 역시 일일이 다 가슴을 만져보면서 촉진한다고 하셨다. 의사로서 한 것이다.“

최준용 이슈팀 기자 /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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