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0년 흘렀어도…역시, 신동엽
리얼버라이어티 홍수속 한때 변방으로…매니지먼트 사업 외도 등 작은 부침 딛고 ‘19금 토크’로 화려한 부활
어릴 적 계단에 올라 동네 아이들 웃겼던 그 기분이란…아마 유전적 성향은 타고난 것 같다. 물론 후천적으로 더 다듬어졌지만

방송하며 다른 일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 걸었지만 시청자들 기가 막히게 알아채더라…내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을 넘어선 탓이었다

짜고 치는 것 잘 못하는 내 유머코드…웃음 전하는데 어려움 있더라도 라이브로, 유치한 느낌 안들게 하자는 게 내 스타일

섹드립·성인개그에 너무 보수적인 우리사회… ‘교육에 안 좋다,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자연스런 환경 만드는 것이 우선 아닐까


신동엽(41)은 예능 MC로서의 능력은 최고다. 어떤 상황에서도 밀리지 않는 입담과 순발력, 거기에 야한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MC로서의 경쟁력을 두루 갖췄다. 1991년 SBS 개국과 맞춰 데뷔한 신동엽은 그 능력으로 오랜 기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6~7년 전부터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경제비타민’ ‘샴페인’ ‘오빠밴드’ ‘야행성’ 등 그가 맡은 프로그램이 부진을 보였다.

‘무한도전’ ‘1박2일’ ‘남자의 자격’ ‘패일리가 떴다’ 등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세 속에 신동엽은 더욱 변방으로 발령받는(?) 듯했다. 이때는 매니지먼트 기획사를 만들고 신발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사업에도 손을 대는 바람에 방송인으로서의 이미지에 타격도 입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동엽은 화려하게 재림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2’를 비롯해 일반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안녕하세요’, 연예인의 집단 토크쇼 ‘강심장’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Tvn의 ‘SNL 코리아2’에서는 그의 장기인 ‘섹드립(섹스+애드리브)’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19금(禁) 개그, 성인유머의 1인자’임을 증명했다. 다른 사람이 하면 민망할 수 있는 ‘19금’ 토크도 자연스럽게 소화해 웃음의 소재를 다양화시켰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는 다시 예능 대세로 부각됐다.

 
타고난 입담과 재치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신동엽. 하지만 그는 제2의 전성기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대중이 자신의 개그를 좋아해주어서 좋은 정도다. 역시 한결같다. 사진=김명섭 기자/msiron@

-왜 신동엽이 예능 대세가 됐다고 생각하느냐?

“사실은 늘 해온 건데… 자세히 보면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의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다른 일도 하면서 방송도 열심히 한다는 약간의 눈속임을 하고 싶었다.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한데 이를 시청자들이 기가 막히게 알아챘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이게 시청자들이 얄팍한 생각을 하며 본분을 망각한 나에게 ‘딴 생각 하지 말게나’라고 해준 경고이자 형벌 같았다.

한창 활동을 잘하고 있던 6~7년 전 나에게 진짜 재능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밑천이 다 떨어진 것 같은데, 왜 잘되지, 언젠가 밑천이 다 드러날 텐데, 이런 생각으로 다른 곳에도 뛰어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색깔이 있고 재능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내가 잘하는 게 분명히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게 해준 대중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요즘 잘되는 것도 사업을 모두 접고 방송에만 집중한 게 결실을 보는 것 같다.”

-콩트를 잘한 게 큰 힘이 됐나?

“물론이다. 누구나 토크를 하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할 때 연기를 조금씩 가미한다. 그래야 듣는 사람이 더 집중할 수 있고 반전이 더 커진다. 소위 바람을 잘 잡아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콩트를 한 개그맨이 유리하다. 직접 짠 대본으로 연습하고 콩트 연기를 해봐야 자기만의 색깔과 철학을 가질 수 있다. 콩트에 강한 김준호도 버라이어티 예능에 힘들어하는 단계를 지나면 감각이 있기 때문에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본다.”

-당신은 웃길 수 있는 유전자를 타고 났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전부는 아니지만 유전적 성향은 분명히 있다. 훈련이 없어도 노래 잘하는 아이, 달리기가 빠른 아이가 있지 않은가. 학습을 통한 것이 아닌 기본적 재능에 후천적으로 다듬어졌다.”

-언제부터 사람들을 웃겼나?

“6살 때부터 웃겼다. 동네 아이들을 한옥집 앞의 계단에 모아놓고 내가 3~4계단 위에서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웃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기자를 가리키며) 단 위에서 아이들을 웃길 때의 기분은 아마 잘 모를 거다.”

-무명 시절도 없이 바로 예능 스타가 됐다.

“SBS가 개국할 즈음인 1991년 나는 서울예술전문대학 연극과에 다니고 있었고 개국 석 달 전 열린 서울예전 축제 때 대극장에서 다양한 개그를 공연했다. 개그우먼인 이성미 선배가 이를 보고 물건 하나 있다며 SBS PD들에게 말해, 학교로 연락이 왔다. 그래서 주병대 SBS PD를 만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예능 대세에서 멀어졌을 때 방송가에서 대접이 달라졌나?

“내 스스로 나이에 비해 철이 먼저 들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별로 그런 건 못 느꼈다. 만약 나에 대한 대접이 달라져다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건 초월했다. 내게 잘해준다고 해서 고마워하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잘 못한다고 해서 미워하지도 않는다. 내게 잘해도 사람이 별로라고 느껴지면 거리를 두며, 잘 못해도 괜찮은 사람이면 가까이 하려고 한다.” 

-당신의 MC, 예능 스타일의 특징과 유머 코드를 설명해달라.

“나는 유난히 짜고 치는 걸 잘 못한다. 사실 모든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약속에 의해 이뤄지고, 리얼이란 것도 기본적인 약속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 우리가 늘 잊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한 산악인이 히말라야의 정상에 도달했을 때, 산악인도 대단하지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는 카메라맨과 헬퍼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걸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한다. 내가 대기실에 있는데 VJ가 나타나면서 ‘웬일이세요’라고 말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다 약속돼 있는 거다. 나는 ‘다 이야기 해놓고 처음 보는 것처럼 왜 그래요’라고 하는 걸 좋아한다. 현장에서는 서로 약속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걸 최대한 지양하려고 한다. 물론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최대한 라이브로 하자. 유치한 느낌이 안 들게 하자는 게 내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말 잘하고, 재미있게 말 하는 사람은 어떤 모임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마련이다. 신동엽과 인터뷰를 해보면 이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아무리 바뀌어도 토크쇼가 MC와 게스트 간의 대화라는 기본 틀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말빨’ 있는 MC는 살아남는다.

뛰어난 재치를 바탕으로 하는 입담과 순발력은 어떤 MC도 신동엽을 따라오기 힘들다. 신동엽은 시종 진지한 스타일이 아니라 약간 깐족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는 기술을 지녔다. 그는 변태 연기를 해도 비호감이 아닌 귀여운 변태가 되기를 원한다.

-‘SNL 코리아2’에서 성인개그로 대박을 쳤다.

“밤무대, 스탠드바, 나이트클럽에서 성적인 농담을 하고 Y담이라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성(性)을 언급하면 지탄받는다. 가족끼리 보면 불편하다고 하고 교육에 안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유흥문화, 성매매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도 그런 업소를 차렸고 룸살롱, 안마시술소도 번성하고 있다. 밤에는 인간 본능에 충실했던 만큼 집에서는 그런 것을 은폐하기 위한 보수적인 제스처를 취한다. 그럴수록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방송에서 성적인 이야기를 하면 저질로 치부하지만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더 자연스럽고 건강한 문화가 됐으면 한다. 엄마아빠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뽀뽀도 안 하는 게 좋은 것이 아니다. 아이가 엄마의 스킨십을 보고 자라야 커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그런 식으로 좋아해준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힘들면 자식에게 이를 이야기해줘야 아이도 경제관념이 생긴다.

중고생 때 식구들끼리 ‘주말의 명화’ 같은 외화를 함께 볼 때 키스신과 배드신이 나오면 나는 저런 것과 전혀 상관없다는 표정의 연기를 해야 했고, 부모님은 약간 불편하지만 내색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 자식은 자식대로 순진한 척, 부모는 ‘말세다’라는 말을 해줘야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밖에서 더 많은 것을 접하지 않는가?

토요명화 정도는 딴청을 피우면서 볼 게 아니라 같이 볼 수 있어야 한다. ‘SNL 코리아2’도 밤문화가 발전하는 상황에서 성적인 것을 지하의 음습한 공간이 아니라 좀 더 건전하고 자연스럽게, 민망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보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대중이 이를 좋아해준 것 같다.”

-정상에서 내려와 다시 올라갔다. 인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권력, 그 씁쓸한 뒤안길’이라는 다큐에서 한때 날고 기었던 정치권력의 말년을 본 적이 있다. 경제적인 궁핍 외에도 모든 게 허무하고 덧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데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인기도 눈에 잡히지 않지만 권력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했던 말과 행동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돼 있다. 나는 인기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인기가 떨어지는 것보다는 실력이 줄어드는 것이 두렵다. 발전하지 못하면 퇴보한다. 인기는 취하기 쉬운 권력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위에서 막 부추겨주고 이를 즐기다 보면 이상한 매너리즘에 빠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빠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상한 사람이 돼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며 얻은 건 무엇인가?

“나를 믿고 따라온 유재석 김용만 등 동료후배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다. 복잡한 일 때문에 나도 마음고생했지만 그들도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요즘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의 역할과 느낀 점은?

“‘불후2’는 철저히 나 자신을 위해 즐기고 있다. 뛰어난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건 처음이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다. 승부가 예상한 대로 나올 때는 쾌감도 생긴다. 사실 내가 한 건 별로 없는데 좋아해주시고 잘한다고 하니까 민망하지만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나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지고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연예인과 사적인 관계를 많이 만들지 못해 방송에서 여러 연예인과 이야기하는 게 좋다. ‘강심장’이 그런 프로그램이다. ‘강심장’은 앞으로 조금씩 바뀌어나갈 것이다.

‘안녕하세요’는 과거의 ‘러브하우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처럼 내 삶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시청자들이 나와 고민과 갈등을 밝히고 그들에게서 듣는 가치관과 철학은 내겐 산교육이나 다름없다.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이 프로그램은 솔루션을 제시하지 않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이야기하는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나는 과거 프로그램이 끝나면 6개월 또는 1년간 재충전을 위해 쉬었다. 그때도 한 번도 놓지 않고 계속한 프로그램이 ‘TV동물농장’이다. 거기에 나오는 동물을 나에게 대입시켜보기도 하면서 인간이 동물보다 못할 때도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내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앞으로 어떤 진행과 개그를 하고 싶나?

“성인 콩트를 한 지 근 20년 됐다. 갑자기 성인개그를 하면 이상할 텐데 20년간 쌓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대중도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너그러워졌다.

 앞으로 무엇을 말하건 계속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 정치, 종교, 성적인 것이 코미디의 좋은 소재이기는 하다. 나는 유머를 좀 더 다양하게 하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각종 협회와 모임이 많아 개그를 잘못하면 자신들을 비하했다며 난리였지만 조금씩 너그러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면 혼삿길이 막혔다고 할 정도였다. 명동에 마이크를 들고 가면 다 도망갔다. 이제 쿨하고 자연스럽고 너그러워지고 있다. 내가 일조하고 싶다.”

신동엽과 이야기를 해보면 연예인 같은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일반인들과 사적인 만남을 즐긴다. 가족 얘기가 나오면 딸아이의 재롱이 담긴 휴대폰 동영상을 보여주는 ‘딸바보’다.

2006년 5월 결혼한 아내 선혜윤 MBC PD에 대해 묻자 자신이 힘들어도 항상 받아주는 소중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딱 정한 건 아니지만 셋째 아이도 가지고 싶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며 와인을 마셨는데, 그는 와인 전문가였다. 이수만 씨에게 배웠다는 말도 했다. 그러다 앞으로 예능의 전개 방향에 대해 묻자 “모른다. 대선 결과 예측보다 더 어렵다”고 너스레를 떤다. 신동엽은 나이가 더 들면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음식이 있고 문화가 있고 인간 냄새가 나는 그런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